입력 : 2007.12.24 16:31 | 수정 : 2007.12.24 17:21
팝페라 테너 임형주 '솔직' 인터뷰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 때마다 너무 슬퍼요.”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21)는 최근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2연패를 달성한 ‘피겨 요정’ 김연아(17·군포 수리고)를 보면 “너무 슬프다”고 했다.
‘천상의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은 임형주가 김연아에게서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형주는 최근 발매된 월간 ‘톱클래스’ 2008년 1월호와 인터뷰에서 “김연아 선수가 너무 자랑스럽지만 저 작은 소녀가 1등을 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고통이 얼마나 많았을까요”라고 되물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임형주는 ‘1등이 아니면 꼴찌’라는 다짐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할 정도로 ‘1등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새 곡을 받으면 악보를 외울 때까지 쉬지 않는다.
오페라 아리아도 코피가 날 정도로 밤을 새워 가며 템포와 이탈리아어 가사까지 외웠다.
‘완벽주의자’ 임형주는 공연에서 작은 실수라도 한 날이면 “왜 그랬지. 왜그랬지”라고 되뇌며 새벽까지 혼자만의 공연을 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을까.
임형주는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 심사위원 만장일치 합격, 최연소 남성성악가로 무대에 선 뉴욕 카네기홀 데뷔공연에서 전석 매진, 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소니뮤직과 36개국 음반유통 체결, 일본 오리콘 차트 클래식 부문 1위 등 매년 놀랄만한 기록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
화가지망생이었던 임형주가 인생의 진로를 바꾸게 됐던 것은 13세 때 이모에게 선물받은 마리아 칼라스의 CD 한장 때문이었다.
임형주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느낌 이랄까. ‘아, 노래를 이렇게 깊이 있게 영혼이 뒤흔들리도록 부를 수도 있는 거구나. 나도 저런 성악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올랐다”고 말했다.
임형주는 예원학교 2학년때는 또 다른 우상인 조수미를 만나기 위해 방송국 화장실로 잠입해 사인을 받아 내기도 했다.
그는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어할까.
임형주는 “좋은 음악가, 정직한 음악가, 진정한 감동을 주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형주는 “아무리 상업적인 노래라도 진심을 담아서 부르면 그건 예술” 이라며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는 너무 많아요. 이런 저런 상처가 묻지 않은 치유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자신은 성스럽지 않지만 음악을 하는 순간만큼은 성직자라고 생각해요” 라고 했다.
‘상업적인 음악’에 대한 질문에는 “난 상업적인 아티스트예요. 앤디 워홀이 그랬죠”라며 “돈을 많이 벌어야 좋은 예술이고, 많이 팔려야 좋은 예술이라는 말에 어느정도 동의해요”라고 당당히 답했다.
지난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불러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던 임형주는 최근 발매한 첫 스페셜 앨범 ‘이터널 메모리(Eternal Memory)’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