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2.14 08:39
연극 '여름과 연기'
소년과 소녀가 있다. 소녀가 공원 분수대의 천사 석상을 가리키며 소년에게 묻는다. “너, 저 천사의 이름을 아니?” 모른다는 소년에게 소녀, 석상 밑에 새겨져 있는 천사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읽으라 한다. "E…T…E…R…" 그 천사의 이름은 Eternity, ‘영원’이다. 소녀, 달뜬 목소리로 소년에게 다시 묻는다. “영원! 차가운 소름이 돋지 않니?” 그런데 소년, 더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받아친다. “아니.”
이는 연극 '여름과 연기'의 상징적인 서막이다. 영원을 믿는 소녀 알마, 믿지 않는 소년 존. '여름과 연기'는 이 두 남녀의 교차되는 사랑과 운명을 다루는, 무거운 작품이다.
연극 '여름과 연기'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 테네시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작품은 두 남녀 주인공의 엇갈리는 사랑을 소재로 영혼과 육체, 이성과 욕망의 갈등에 의해 그들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설경구와 이영애의 연기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최형인 한양대 교수와 조민기,김혜리,최용민,박명신 등의 베테랑 배우들이 무대를 채운다.
영혼과 육체, 이성과 욕망의 뜨거운 갈등 후 찾아오는 ‘추운 겨울’
'여름과 연기'는 ‘여름’과 ‘겨울’의 2부로 나뉘어져 있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알마와 존이 성장한 후 공원에서 재회하면서 ‘뜨거운 여름’이 시작된다. 목사의 딸로 다분히 청교도적인 삶을 살아온 알마와 육체와 욕망을 중시하는 의사 존. 그들은 서로에게 이끌리지만 그 감정의 표현과 바라보는 이상은 각각 너무 다르다. 각자의 가치관은 상처를 받으며 변화하게 되고, 이윽고 그들에게 ‘추운 겨울’이 닥쳐온다.
‘정통연극’ 최형인 연출에 조민기,김혜리 등 ‘탄탄한’ 출연 배우들 가세
인간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이 작품의 연출은 정통연극을 추구하는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최형인 대표가 맡았다. 그러니 딱딱한 텍스트에 숨결을 불어넣어 원작의 묘미를 살리는 그만의 연출도 볼거리. TV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차가운 카리스마를 보여준 조민기는 주인공 존 역을 맡아 ‘욕망의 카사노바’를 연기하고, 알마 역에는 미국 무대에서 탄탄한 실력을 갖추고 돌아온 김혜리가 출연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