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2.13 01:14
그리고 그녀가 쏟아내는 기나긴 독백
[리뷰] 연극 ‘바람의 욕망’
눈앞은 캄캄한데 정신이 번쩍 난다. 연극 ‘바람의 욕망’(김명화 작·임영웅 연출)에서 난희(손봉숙)가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 같아”라고 말했을 때다. 이어지는 건 어둠 속에다 한없이 게워놓는 고해성사. 열일곱 살 연하의 사진작가(이명호)와 바람났다 궁지에 몰린 그녀가 5분 넘게 독백을 쏟아내는데, 무대가 차츰 훤해지는 느낌이다.
연극 ‘바람의 욕망’은 도망가려다 눌러앉게 되는 술자리 같다. 재료는 방송작가 난희와 사진작가의 하룻밤 사랑. 그 사랑을 글감으로 쓰는 난희를 멀찍이 구경하던 관객은 점점 그 불안한 사랑에 붙잡힌다. 속을 다 긁어 보여주는 독백, 상대 배우가 아닌 관객과 내통하는 방백의 친근감 때문이다. “인생을 얼마나 수월하게 살았길래 하고 싶은 말 다 하나” “팥빙수, 녹으니까 흉하네. 쟤한텐 나도 그렇게 보이겠지?” “결혼하면 토핑(topping)이 복잡해진다” 같은 대사들이다.
연극 ‘바람의 욕망’은 도망가려다 눌러앉게 되는 술자리 같다. 재료는 방송작가 난희와 사진작가의 하룻밤 사랑. 그 사랑을 글감으로 쓰는 난희를 멀찍이 구경하던 관객은 점점 그 불안한 사랑에 붙잡힌다. 속을 다 긁어 보여주는 독백, 상대 배우가 아닌 관객과 내통하는 방백의 친근감 때문이다. “인생을 얼마나 수월하게 살았길래 하고 싶은 말 다 하나” “팥빙수, 녹으니까 흉하네. 쟤한텐 나도 그렇게 보이겠지?” “결혼하면 토핑(topping)이 복잡해진다” 같은 대사들이다.
무대에서 피고지는 계절은 벚꽃으로 출발해 장맛비, 매미 소리, 팥빙수 등을 지나 제야의 종소리까지 달려나간다. 2001년 ‘첼로와 케찹’ 때 남녀간 사랑의 한 사이클을 들여다봤던 김명화는 ‘바람의 욕망’에서 등장인물을 세 명으로 압축한 채 다시 사랑에 집중한다. 이번엔 거친 불륜이지만, 드라마는 매끄럽고 결론은 당당하다. 매미 소리가 들락날락하는 팥빙수집에서 주고받는 대사, 감정을 내질렀다 고르는 장면도 좋다.
손봉숙과 이명호, 전국향은 인물이 비치는 연기를 했다. 감정의 높낮이가 큰 배역을 맡은 손봉숙은 사랑과 도덕, 허구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엔진처럼 폭발했다. 암전 중 그의 긴 독백은 기억에 사진으로 찍혀 남을 것 같다. 이 연극에 맺힌 어둠의 열매다. 30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
손봉숙과 이명호, 전국향은 인물이 비치는 연기를 했다. 감정의 높낮이가 큰 배역을 맡은 손봉숙은 사랑과 도덕, 허구와 현실 사이를 오가며 엔진처럼 폭발했다. 암전 중 그의 긴 독백은 기억에 사진으로 찍혀 남을 것 같다. 이 연극에 맺힌 어둠의 열매다. 30일까지 산울림소극장. (02)334-5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