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1.15 00:33
괴이하게 버무린 웃음과 눈물
연극 ‘백무동에서’
여기는 분만실이다. 배가 불룩한 어르신(윤제문)이 산통을 토해낸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곡(哭) 같다. “힘내이소, 어르신”이라고 간호사(황영희)가 독려한다. “아, 나옵니다!” 어르신은 통증을 참느라 손자 이름을 불러댄다. “성일아 성일아―” 그 때 울리는 총성. 성일이가 총탄에 맞아 죽었다.
연극 ‘백무동에서’(박근형 작·연출)는 극단 골목길의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사건이 벌어지는 백무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임신을 할 수 있는 괴이한 마을이다. 희망이 없는 청춘, 무기력한 아버지, 헝클어진 가족을 무대로 불러내며 연극성을 극대화했던 박근형이 비현실적 공간에 집을 짓긴 처음이다. 배우가 18명이나 출연하는 이 연극의 사이즈, 인물에 집중하지 않는 화법, 뒤엉키고 흩어지는 이야기도 골목길스럽지 않다.
이야기는 크게 세 조각이다. 일손이 달려 새 간호사를 채용해야 하는 병원장 부부(김영필·고수희), 미국 유학 중 귀국해 백무동으로 차를 모는 성일과 친구들, 마을의 보물인 노랑부리 버들제비를 보호하려고 총을 든 유림(儒林) 등이다.
연극 ‘백무동에서’(박근형 작·연출)는 극단 골목길의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사건이 벌어지는 백무동은 남녀노소 누구나 임신을 할 수 있는 괴이한 마을이다. 희망이 없는 청춘, 무기력한 아버지, 헝클어진 가족을 무대로 불러내며 연극성을 극대화했던 박근형이 비현실적 공간에 집을 짓긴 처음이다. 배우가 18명이나 출연하는 이 연극의 사이즈, 인물에 집중하지 않는 화법, 뒤엉키고 흩어지는 이야기도 골목길스럽지 않다.
이야기는 크게 세 조각이다. 일손이 달려 새 간호사를 채용해야 하는 병원장 부부(김영필·고수희), 미국 유학 중 귀국해 백무동으로 차를 모는 성일과 친구들, 마을의 보물인 노랑부리 버들제비를 보호하려고 총을 든 유림(儒林) 등이다.
윤제문과 황영희의 베드신(?)으로 열리는 연극을 보며 관객은 입에 웃음이 고인다. 배가 남산만한 임산부 3명이 배를 잡고 추는 춤, 패션쇼 같은 간호사 채용 현장, 인천공항 입국장과 달리는 차 풍경에도 박근형다운 생략과 유머가 있다. 차돌처럼 단단한 배우 주인영은 작가를 대신해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똥찬기라. 폐차장 프레스기에 깔리며 두 눈 부릅뜨는기라….”
13일 개막한 이 연극은 정돈이 덜 된 느낌이다. 지난해 ‘연극 3관왕’(대산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3)을 차지한 박근형이 올해 다작을 했기 때문일까. 집중력이 분산된 흔적이 보인다. 남자들도 임신하는 백무동의 설정은 다분히 문학적이고 꾸밈이 많아, 피고름 묻은 속옷 같은 박근형 연극의 정서가 살아나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출연시킨 것도 환상적인 이야기와 자주 충돌을 일으켰고 관객을 긴장시켰다.
골목길 배우의 힘은 여전하다. 윤제문 황영희 고수희 김영필 등은 장식을 걷어낸 무대에서도 가난하지 않았다. 음악·조명·소품의 지원 사격이 거의 없는 ‘백무동에서’는 극적 상상력과 호연이 어우러졌지만, 관객이 기대하는 희극성·비극성의 오버랩은 약했다. 특히 비극의 기둥이 더 튼튼하게 서야 할 것 같다.
▶12월 2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02)3673-5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