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1.13 09:20
“봉선화의 꽃말이 뭔 줄 알아요?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라는 뜻이에요. 흥!” 매섭게 한마디를 쏘아붙이는 그녀, 히스테릭한 노처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휴대폰이 울린다.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를 좋아하는 그녀, 이제야 그녀도 진정한 사랑을 찾는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다. 언제 만날지 모를 그를 위해 화장을 고치고, 또 고치는 33세의 그녀 조혜리.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상처를 피하고자 두터운 벽안에 봉선화처럼 자신을 가둬왔지만 날마다 화장을 고치는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화장을 고치는 걸까? 어쩌면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려 주기를,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모두들, 사랑하고 있습니까?
가수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라는 곡 하나에서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화장을 고치고’라는 제목이 주는 아우라에 사로잡힌 제작팀은 기존에 있던 다른 왁스의 노래들까지 엮어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뮤지컬로 만들어냈다. 신경 써 수정하지 않으면 안한 것만 못한 화장처럼 사랑도 더욱 예뻐지려면 잘못한 건 잡아주고 실수한 건 지워줘야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주크박스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가 태어난 것이다. 자신의 노래로 뮤지컬이 만들어 진다는 얘기에 가수 왁스는 70여 명의 쟁쟁한 뮤지컬 배우들과 오디션에 참여하여 당당히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자신의 본명과 같은 이름을 가진 극중 인물 ‘조혜리’가 되기 위해 피나는 연기 연습을 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한다.
사실 내러티브는 단순하다. 번개 같은 사랑을 꿈꾸는 노처녀와 공기 같은 사랑을 주장하는 연하남 지섭이 티격태격 싸우다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사랑하게 되는 것. 하지만 이런 단순한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빛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요즘 감각에 맞는 신선한 무대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플로리스트인 혜리의 특성상 무대가 꽃으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아 여성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겨울을 앞둔 만큼 설레이는 크리스마스와 첫눈 오는 날 등의 장면을 통해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한다. 눈여겨 볼 것은 짜임새 있는 무대 사용과 코믹한 에피소드들을 소화해내는 멀티맨들의 눈부신 활약이다. 혜리와 지섭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장면, 혜리의 블로그, 혜리와 지섭이 웹상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은 무대를 짜임새 있으면서도 기발하게 바꿔낸다. 특히 에피소드 전환 시 블로그 다이어리에 혜리의 감정이 담긴 독백들을 타이핑하는 장면들은 2535 여성관객들이 마치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만큼 충분히 공감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