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버리지 않으면, 항상 새로운 시작!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7.10.26 08:14

뮤지컬 '싱글즈'

빼어난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영화·연극·뮤지컬 등 다른 장르를 탄생시킨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 왔다. 그리하여 의도치 않게 생겨버린 우리의 학습효과. ‘그저 적당히’ 원작을 재해석 해보려한 결과는 우리의 기대를 실망으로 바꿔 놓는다는 것. 또한 원작의 힘만 과도히 믿은 여러 실망스러운 작품을 접하며 단단해진 우리의 경험칙. 해당 장르가 온전히 가져야 할 독특성을 살리지 못한다면, (무대와 원작의 싱크로율과는 별개로) 무대와 관객의 싱크로율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 이렇게 봤을 때 뮤지컬 '싱글즈'는 상당히 전략적이다. 우리들의 기대를 실망으로 환원되지 않게, 관객들이 무대 속 그들에게 동감하게 만들었으니.


짐작하는 대로 이 뮤지컬,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이 2003년작 영화 '싱글즈'와 동일하다. 나난, 동미, 수헌, 정준 등 주요 캐릭터 4명도 그대로다. 그러니 새삼스레 줄거리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조금 말해볼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존심과 밥 사이에서, 사랑과 일 사이에서, 자신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젊은 싱글들의 이야기라고. 원작인 94년작 일본드라마 '29세의 크리스마스'가 10년을 넘겨 한국에서 영화·뮤지컬로 각각 제작될 만큼, 국적을 초월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깜찍한 무대와 감각적 연출, 아기자기한 뮤지컬 넘버들로 ‘풍성’


원작을 ‘부실하게 재해석’하는 일은 피했다. 이제 관건은 원작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속성에 얼마나 잘 녹였느냐는 문제일 터. 뮤지컬 '싱글즈'는 거대한 스케일로 객석을 압도하는 대신 깜찍한 무대와 예쁜 소품들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종종 분할된 두 공간을 자연스럽게 잇는 감각적인 연출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이 모두를 유연하게 묶어주는 '싱글즈'의 아기자기한 뮤지컬 넘버들은 꽤 만족스럽다. 직장을 그만둔 채 사업계획서를 들고 뛰어다니는 동미를 묘사하는 ‘사회가 만만해 보여’와 정준이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담배’가 듣는 이들에게 공감대를 형성시킨다면, 수헌이 나난에게 구애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자기’와 후반부 모두가 합창하는 ‘우리’같은 달콤한 노래들의 힘도 무시하지 못한다.


관객들의 등을 따스하게 두드리며 말하네, 두려워하지 말라고.


결국,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 동화된다. 그들과 같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므로. “두려워… 서른 되면 난 어떡하나”(‘스물 아홉’)라며 떨던 나난은 종내 “이제 서른, 난 시작이야… 난 무섭지 않아, 지금 난 행복해”(‘이제 서른’)라고 외친다. 객석을 향해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꿈을 잃는 순간 늙는 것이라고, 꿈이 있다면 항상 다시 시작이라고. 뮤지컬 '싱글즈'가 대단한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너무나 착한 작품인 것은 틀림없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