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하나의’ 인간이 되기를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김명선

입력 : 2007.10.10 08:51

연극 '그 남자 그 여자'

아리스토파네스에 따르면 태초에 인간은 네 손과 네 발을 가지고 하나의 머리에 서로 반대편을 향하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신에게 무례한 그들을 참다못한 제우스는 벼락으로 그들을 갈라놓았고, 그들은 자신의 반쪽을 그리워하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하나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던 이 두 개의 반쪽들이 언제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언제나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 떨어져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리라. 그 공백을 메꿔 다시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너무도 알고 싶어 한다. 오래 떨어져 있던 두 영혼이 다시 하나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 '그 남자 그 여자'를 통해 이 가을, 다시 한 번 ‘하나의’ 인간이 되기를 꿈꿔보자.


그 남자  “저 애는 이슬만 먹고 사는 천사 같아요.”
그 여자  “아우, 속 쓰려! 어제도 이슬이로 달렸거든요.”


이소라의 FM 음악도시에서 4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라디오 드라마 '그 남자 그 여자'. 그리고 그 인기에 힘입어 수많은 이야기 중 이미나 작가가 직접 창작한 에피소드만 엮어 출간한 동명의 에세이집. 대한민국의 젊은 남녀라면 한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이 원작들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낼 지 자못 궁금했다.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형태라 전체 줄거리가 없기도 했고,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대비되는 속마음을 맛깔나게 표현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해서다. 하지만 '강풀의 순정만화'를 만들어 낸 역량으로 연극 '그 남자 그 여자'역시 아날로그 느낌이 충만한 따뜻하고 효율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우선 남녀 주연 4명을 등장시켜 굵직한 러브스토리를 창작한 후, 그들의 사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작 '그 남자 그 여자'의 에피소드들을 담아낸 것이다. 또, 남녀주연 4명을 제외한 모든 배역은 단 한 명의 배우가 맡아 톡톡히 ‘멀티맨’의 효과를 살렸고, 소극장 공연이지만 무대를 적절히 나눠 사용함으로써 어색함 없이 장면 전환이 이루어졌다. 솔직담백한 그와 그녀의 속마음은 “삑” 소리와 함께 모든 배우를 정지모드로 만들고, 그 남자 혹은 그여 자가 방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관객에게 전한다.


유치하면 좀 어때!


5개월 간 그녀의 뒤만 쫓던 순진한 대학생 영민이가 그녀가 떨어뜨린 지갑을 주워 그녀와 사랑을 시작하게 된 것도, 마음에만 담아 둔 회사 동료와 작은 실갱이 끝에 실수로 뽀뽀하게 된 것도. 유치하고 식상한 듯한 설정이지만, 사랑을 그리며 설레는 관객의 마음에는 그저 귀여울 따름이다. 연애 초반에 몸을 배배꼬며 휴대폰 액정에 땀이 묻어날 때까지 통화해 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가슴이 따뜻해 질 공연이다. 사랑을 하면 겪게 되는 두근거림, 설렘, 가슴 아픈 쓰라림, 그리고 아련한 추억까지. 연인들의 다양하고도 미묘한 감정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표현했던 연극, 그래서 그런지 손 ‘꼬옥’ 잡고 있는 커플 관객 비중이 다른 공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