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10.01 00:21
리뷰: 연극 ‘롱 라이프’
노인들의 일상 사실적 묘사 “올 국내 공연 연극중 최고”評
낡은 벽시계는 5시30분에서 멈춰 있었다. 시간은 그래도 흐른다. 연극 ‘롱 라이프(Long Life)’의 배우들과, 각자 인생의 한 토막을 떼 극장에 온 관객들은 110분(공연시간)만큼 늙었다. 한 뼘이나 한 걸음쯤 죽음에 더 가까워졌다. 연극이 끝나자 객석에선 뜨끈한 박수가 길게 올라왔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라트비아에서 온 ‘롱 라이프’엔 공동주택에 사는 5명의 노인들, 그들의 늘그막 하루가 담겨 있다. 대사는 거의 없고 웅얼거림이 많아 자막도 쓰지 않는다. 말을 들어내자 풍경이 일어선다. 약을 먹고 주사를 놓아주고, 우유를 한 방울까지 긁어 마시고, 가까스로 속옷을 갈아입고, 몸 구석구석 탈취제를 뿌리고, 물병으로 운동을 하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틀거리고…. 마른 기침 등 늙음을 고백하는 잡음들이 피고진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라트비아에서 온 ‘롱 라이프’엔 공동주택에 사는 5명의 노인들, 그들의 늘그막 하루가 담겨 있다. 대사는 거의 없고 웅얼거림이 많아 자막도 쓰지 않는다. 말을 들어내자 풍경이 일어선다. 약을 먹고 주사를 놓아주고, 우유를 한 방울까지 긁어 마시고, 가까스로 속옷을 갈아입고, 몸 구석구석 탈취제를 뿌리고, 물병으로 운동을 하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틀거리고…. 마른 기침 등 늙음을 고백하는 잡음들이 피고진다.
TV부터 변기, 잡동사니까지 라트비아에서 고스란히 공수해온 이 연극은 노인들의 인생을 극사실적으로 들여다본다. 공동주택의 너저분한 복도로 관객을 입장시키는 아이디어도 재미있다. 600석 넘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은 이 가난하고 쓸쓸한 연극을 위해 객석을 175석으로 줄였는데, 객석 맨 뒷줄 너머는 벼랑이었다. 그 끄트머리에서 본 ‘롱 라이프’는 관객에게 20~40년 뒤 인생의 끝에 대한 대리체험이었다. 당신도 멀지 않았다고, 그러나 노년(老年)도 긴 시간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공동주택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아침으로 열린 연극은 한낮을 지나 늙고 칙칙거리는 TV들마저 꺼지는 밤으로 닫힌다. 실컷 웃다가도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무관심한 척하는 늙음, 그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진행을 담담하고 스산하게 포착해서다. 연출가 알비스 헤르마니스는 2007년 유럽연극제 ‘새로운 연출가상’ 등을 받으며 주목 받고 있다. 오는 11월엔 ‘롱 라이프’ 등장인물들의 40년 전 과거를 그리는 신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롱 라이프’는 올해 국내에서 공연된 연극 중 최고라는 평이다. 늙고 죽어가는 것들로 무대를 채우는데 시선은 젊고 힘찼다. 대학로의 결핍, 잃어버린 연극의 빈 자리가 더 커보였다. 가난한 나라, 라트비아의 연극은 평범한 삶을 관찰해 감동을 뭉칠 줄 알았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02)3673-25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