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9.28 11:37
연극 '8인의 여인'
‘프랑수아 오종 영화 아니야?’ 당신의 첫 번째 짐작은 맞다. 연극 '8인의 여인'은 2002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지휘 아래 까뜨린 드뇌브, 이자벨 위페르, 엠마누엘 베아르 등 프랑스 유명 여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 '8명의 여인들'과 같은 내용이다. ‘그럼, 그 영화를 연극화했구나?’ 당신의 두 번째 짐작은 틀렸다. 영화보다 연극이 먼저였으니. 70년대 프랑스 연극계 주류작가 중 하나인 로베르 토머스의 원작 연극 '8명의 여인들'은 당시 프랑스 몰리에르 어워드의 ‘최고 연극상’을 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2007년, 우리들은 대학로에서 이 비밀스런 여인들을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 시골의 어느 저택. 온 가족이 모인 크리스마스에 그 집의 유일한 남자인 가장 마르셀이 등에 칼이 꽂힌 채 발견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전화선은 끊겨져 있고, 자동차의 엔진은 파손돼 있다. 저택에 갇혀버린 이들은 마르셀의 아내, 여동생, 처제, 장모, 딸, 하녀, 요리사 등 8명의 여인들. 그녀들 중 누구도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내지 못하고, 이윽고 서로를 의심하고 추궁하는 치열한 심리극이 펼쳐진다.
누구도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고… 파헤쳐지는 가족들의 어두운 비밀
연극 '8인의 여인'은 오랫동안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해 온 가족의 내밀한 비밀이 단 하루 밤에 한꺼번에 폭로된다는 설정 하에 펼쳐지는 이야기다. 저택에 갇힌 8명의 여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심문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의 알리바이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에서 재산과 치정에 얽힌 가족 구성원의 어두운 역사가 적나라하게 파헤쳐진다. 극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녀들 각자의 추한 비밀은 마르셀을 살해할 동기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결국 작품은 이들을 통해 때론 차갑게, 때론 연민스럽게 바라보는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질투와 이기를.
미니멀리즘으로 제한된 공간의 공포 표현… '아트' '썸걸즈'의 황재헌 연출
형식적으로 '8인의 여인'은 미스터리 추리극의 형태를 갖췄다. 그러니 ‘과연 누가 마르셀을 죽인 범인인가’를 말해주면 재미가 반감될 터이다. 다만 마지막에, 관객들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줄 수 있겠다. 작품은 미니멀한 무대와 최소한의 도구들로 제한된 공간에서의 공포를 표현하면서, 원색의 강렬한 의상과 소품으로 각 캐릭터들의 신분과 관계를 보여준다. 뮤지컬 '클로저 댄 에버', 연극 '아트'와 '썸걸즈' 등에서 리얼한 대사와 세심한 연출로 인정받은 황재헌이 연출을 맡았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