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결국 서로의 등만 바라본 셈이죠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7.09.27 08:46

연극 '미친키스'

키스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달콤함을 연상한다. 상대방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이 맞닿았을 때의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을 되새기며 잠시 아련한 상념에 젖는다. 그런데 어라, 이 아름다운 단어가 ‘미친’이라는 섬뜩한 수식어를 만나다니.


느낌 그대로, 연극 '미친키스'는 섬뜩한 사랑이야기다. 참혹하다고 표현해도 될 터. 상대방에 대한 진실한 노력 없이, 오직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접촉을 열망하는 우리들의 마음자리를 응시하기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그 비틀린 마음은 ‘열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다. 포장을 찬찬히 뜯어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1. 열정으로 충만한 삶을 꿈꾸는 시나리오 작가인 장정은 신희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 상실감으로 가득 찬 장정은 사랑을 갈구하며 신희에게 매달리지만 신희는 그 집착이 버겁다.
#2. 신희는 장정과의 관계를 거부하며 그녀의 지도교수인 인호에게 몸을 맡긴다. 신희는 유부남 인호와 위태롭게 사랑하지만, 인호는 단지 그녀에게 육체적인 욕망을 채울 뿐이다.
#3. 욕정에 집착하는 인호는 창녀 은정을 만나고 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은정은 그런데 장정의 여동생. 한편 인호의 아내 영애는 흥신소 직원이 된 장정에게 인호의 뒷조사를 시키면서, 자신과의 만남을 의무로 부여한다.


모두 누군가를 만나는데, 정작은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이렇게 장정은 신희를, 신희는 인호를, 인호는 은정을 만난다. 허나 이들은 정작 서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대 위 그들은 모두 외로운데, 이들에게 상대방은 오직 자신의 갈망을 채우기 위해 존재하고, 그 비틀린 마음작용이 ‘미친 키스’를 잉태시킨다. 일방적이어서 공허해지는 만남들,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관계들은 결국 서로의 등만 참혹하게 바라볼 뿐이다. 위태로이 지켜보는 관객들은 종내 무대 위 ‘관계의 죽음’을 목도한다.


연극을 위해 “대사를 폭포처럼 쏟아 붓기도 하고, 때로는 말이 막혀 몸짓을 터뜨리기도 하는” 일상과 비일상이 혼합된 연출을 채택했다는 조광화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남자충동', '천사의 발톱' 등으로 잘 알려진 극작가 겸 연출가. 한편 뮤지컬계의 스타인 엄기준과 김소현이 각각 장정과 신희 역으로 더블캐스팅 되어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이들이 만들어낸 '미친 키스'는 우리들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메아리 없는 열망으로 인해 서로를 소외시키는 이 관계들은 말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