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scene PLAYBILL editor 강보라

입력 : 2007.09.27 08:09

뮤지컬 '실연남여'

실연엔 약도 없다?



있을 때 잘해주기 떠난 뒤에 미련이 남지 않게 구차하게 굴지말기 어쨌거나 사랑했던 기억으로



이승환의 명곡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의 가사 중 일부다. 그래, 말은 좋다. 누군들 저렇듯 쿨하게 이별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믿었던 애인에게 뻥 차인 마당에 의연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 그것이 상대의 자의든 타의든 혹은 미필적 고의든 간에, 어쨌든 이별은 쓰리고 아프기 마련이다. 더 끔찍한 건 실연의 고통엔 약도 없다는 사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란 무책임한 위로의 말을 뒤로 한 채 그저 묵묵히 아픔을 삼키는 수밖엔 별다른 도리가 없다. 물론 극약 처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백 마디 말 대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밤새도록 나의 눈물을 받아줄 친구, 그리고 뮤지컬 '실연남녀'가 있다면.



어리버리 조폭들의 자살방지 프로젝트



'실연남녀'는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실연의 아픔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낸 뮤지컬로, 자살을 기도하려 산장을 찾은 두 실연남녀와 그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폭 형제들 간의 한바탕 소동을 그리고 있다. 2년 전 사채 빚을 받으러 왔다가 우연히 심장마비로 죽은 산장 주인을 발견하고 그를 대신해 산장을 운영하게 된 조폭 형제들. 그러던 어느 날 산장을 찾아온 두 남녀가 각각 자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들에겐 비상이 걸린다. 만약 산장에서 누군가가 죽는다면 경찰은 수사에 들어갈 것이고, 그러면 그들의 전적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 그리하여 ‘죽으려는 자’와 ‘죽음을 말리려는 자’ 사이의 어이없는 힘겨루기가 펼쳐지면서 극은 관객들을 시종 폭소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꼭 죽어야만 한다면 마지막으로 한풀이라도 하고 가라며 자살파티를 제의하는 조폭들. 그리고 이어지는 광란의 파티와 함께 실연남녀는 서서히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간다.



뮤지컬 스타들의 소극장 나들이



배꼽 잡는 로맨틱 코미디 '실연남녀'에는 내로라하는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여 눈길을 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형사 강연오 역에는 뮤지컬계의 티켓파워 엄기준과 TV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단숨에 입지를 굳힌 신성록이, 푼수 같은 행동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실연녀’ 윤지아 역에는 단아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양소민과 작지만 강단 있는 배우 한애리가 더블캐스팅 됐다. 잘 생긴 외모만큼이나 잘 돌아가는 잔머리를 자랑하는 조폭 이운수 역으로는 브라운관으로 더 익숙한 배우 변우민과 성민이, 장난감만 보면 환장하는 어리버리한 조폭 이재수 역으로는 굵은 저음이 매력적인 손광업과 맛깔 나는 감초배우 김재만이 각각 낙점됐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하루', '대장금' 등의 극작을 맡았던 이야기꾼 오은희와 '더 플레이', '하루' 등으로 연출가로서 자리매김에 성공한 배우 김장섭의 만남 역시 '실연남녀'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