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한 발로 유명해질 이 곳, 시카고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김명선

입력 : 2007.09.18 08:56

뮤지컬 '시카고'

1998년 대한민국, 살인범 신창원이 경찰에 연행되던 당시 그는 ‘미소니’ 쫄티를 입고 있었다. 그가 입고 있던 쫄티가 진짜였는지 ‘짝퉁’이었는지 알 길은 없다. 중요한 건 그 날 이후, 대다수의 남성복점에서 ‘신창원 티’가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이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 ‘록시 하트’는 애인을 죽였지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스타가 되었다. 많은 미국 여성은 그녀의 헤어스타일을 따라하고, 언론은 앞 다퉈 이런 유행을 보도했다. 막강해진 미디어 파워를 이용해 대중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하는 모습을 위트 있게 풍자한 뮤지컬 '시카고'는 어느 시대, 어느 곳의 이야기로 해석해도 좋을 만큼 시사적이고 현대적이다.


“탕! 탕!” 자신이 죽인 남자를 바라보며 이젠 모든 것이 끝났다 생각했을 여자 벨마와 록시.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 변덕스럽고 믿을 수 없는 대중과 돈맛에 물든 타락한 변호사, 가십거리를 선호하는 언론이 있던 1920년대의 시카고에서 두 여자는 살인을 이용해 스타가 되고자 한다.


절규하는 재즈와 관능적인 춤


시카고 최고 보드빌 배우의 화려한 무대를 선사하는 벨마의 ‘All That Jazz’부터 순진한 남편에게 자신의 살인죄를 뒤집어씌우던 록시의 귀엽고 섹시한 무대 ‘Funny Honey’, 마땅히 죽일 놈을 죽였다며 억울한 사정을 토해내는 여죄수들의 정열적인 ‘Cell block Tango’는 차디찬 감옥을 화려한 무대로 재현해냈고, 변론이 이뤄지는 법정은 변호사 빌리의 화려한 탭댄스 리듬을 따라 말 그대로 한 판의 ‘서커스’로 변한다. 특히 언론을 통해 대중의 눈과 귀를 속이는 기자 회견장의 줄 인형극 장면 ‘We Both Reached for the Gun’에서 조종하는 변호사 빌리나, 조종당하는 록시의 표정연기는 가히 압권이다.


2007년 뮤지컬 '시카고'에 있는 것


인순이, 전수경, 최정원 등이 출연한 한국 초연(2000년)과 영국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2003년) 이후 뮤지컬 '시카고'가 세 번째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시카고 최고의 도발적인 보드빌 배우 벨마 역에는 최정원이, 순진한 듯 영악한 면모로 대중의 환심을 사는 록시 역에 배해선과 옥주현이 더블캐스팅 되었다. 젠틀하면서도 속물적인 근성을 보이는 변호사 빌리 역에는 배우 성기윤이 열연할 예정이다. 그 외 하이힐을 신고 까다로운 안무 테스트를 통과한 실력 있는 앙상블과 이들을 조련하기 위해 내한한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들이 있어 더욱 화려하고 관능적인 무대가 꾸며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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