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길, 뮤지컬에서 ‘아름다운 악녀’로 변신하다

  • scene PLAYBILL guest editor 양창모

입력 : 2007.09.07 16:45

때는 조선 연산조 시대. 어머니 폐비 윤 씨를 위한 벽사제의를 진행하던 연산은 제의에 참석했던 우인(광대)들 중에서 여장 광대 공길을 발견하고, 그에게 궁내 연희를 책임지는 희락원 대봉 벼슬을 내린다. 공길을 사랑하는 다른 광대 장생은 연산의 폭정과 공길의 권력욕에 실망해 궁을 떠나고, 한편 공길을 시기하는 녹수의 계략으로 공길은 언문 비방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박원종의 반정 모의에 가담하던 장생은 공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비방서를 쓴 장본인이라고 자수하여 눈알을 뽑히는 문초를 당한다. 장생이 죽기 전, 공길은 장생과 마지막 연희를 펼쳐보고 싶다고 애원하고, 그렇게 그들의 목숨을 건 ‘장님놀이’가 펼쳐진다.


권력을 추구하면서도 사랑에 흔들리는 인물로 태어난 ‘공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뮤지컬 '공길전'은 ‘공길’에 초점을 맞춘다. 연극 '이(爾)'에서의 공길은 권력욕이 강한 인물이었고 영화 '왕의 남자'에서의 공길은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공길전'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취하려는 듯 보인다. 작품은 연산과 장생을 각각 ‘사디스트 군주’와 ‘아나키스트 광대’로 설정한 후에, 이 두 결핍자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공길의 이야기를 담는다. '공길전'에서 공길은, 권력을 강하게 추구하면서도 사랑에 흔들리는 섬뜩한 매력을 지니고 태어났다. 그리고 그런 공길을 통해 작품이 제시하는 주제는 결국, 주어진 운명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나가는 삶의 본질이다.


연출가 이윤택, 서울예술단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다


작품의 대본을 새로 쓰고 직접 연출로 나선 이윤택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은 '화성에서 꿈꾸다'로 작년 한국뮤지컬대상 연출상과 올해 더뮤지컬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뮤지컬 '이(爾)'의 실패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을까?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예술단의 인프라를 그는 '공길전'에서 최대한 활용했다고 한다.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무용, 타악 전공 단원들이 펼치는 다양한 판굿놀이에 주목하라. 악(장구, 꽹과리, 징, 북), 소고춤, 병신거지, 저글링, 버나, 잡색(대포수색시양반), 앉은뱅이, 상모, 아크로바틱, 풍물, 무동, 장님놀이…. 한국전통의 민속놀이가 뮤지컬과 어우러진 새로운 작품 '공길전', 이제 남은 건 객석의 반응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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