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27 09:08
연극 '미친키스'
사랑은 눈으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그러기에 날개 있는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져 있지. 사랑하는 마음에는 분별심이 깃들 수 없어. 눈은 없고 날개만 있는 것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미를 말하는 거야. 그래서 사랑의 신을 어린아이 같다고 하나봐.
-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中
눈은 꼭 감고 날개만 가지고 달려드니 ‘사랑’은 온데간데없고 남는 건 사랑의 비틀어진 이름 ‘집착’뿐이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열정 또한 자칫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튕겨나갈지 모른다. 바로 연극 '미친키스'의 그들처럼.
연극 '미친키스'는 열정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에 대한, 그리고 관계에 대한 ‘열망’이 종국에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낭만 없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채워지지 않는 열정과 욕망의 말로는 언제나 서글프고 잔혹한 법이다.
연극 평론가 김명화에 따르면 연출가 조광화는 창밖의 비바람에 몸을 내맡기고 인생의 추한 실체와 직면하는 길을 걷는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에 대한 날선 독기를 뿜어내는 그의 냉철한 시선이 사랑하는 이들의 달콤한 ‘키스’를 집착의 '미친키스'로 바꿨다. 뮤지컬 스타 엄기준과 CF와 TV드라마로 얼굴을 알린 장효진이 흥신소 직원이면서 시나리오 작가인 ‘장정’역을 맡아 채워지지 않는 접촉의 열병으로 몸살을 앓는 삼류 인생을 그려낼 예정이다. 그런 장정과 결혼을 약속했지만 그의 집착을 거부하고 덧없는 사랑에 몸을 맡기는 ‘신희’역에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과 전경수가 더블캐스팅 됐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집착하는 것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창녀가 되어가는 장정의 동생 은정은 유하나가 연기한다. 신희의 교수인 인호는 신희와 만나고, 한편으로는 은정의 몸을 산다. 인호의 아내 영애는 흥신소 직원인 장정에게 인호의 뒷조사라는 사건의뢰를 빌미로 자신과의 만남을 요구한다. 사라진 열정을 되찾기 위해 끝없이 바람을 피우는 신희의 교수 ‘인호’는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온 탤런트 김정균과 이얼이 더블캐스팅 됐으며, 인호의 부인 영애는 정수영이 맡았다.
이 다섯 명의 인물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각 장면들에서 장정은 신희를, 신희는 인호를, 인호는 은정을 만나지만 결국 이들은 서로 만나지 못한다. 마치 등바라기 하며 늘어선 원처럼 아무도 서로 마주보지 못하는 관계들은 장면의 연결구조로 늘어서있다. 자신의 열정을 확인하고픈 사람과 자기 열정의 한계를 깨달은 사람, 상대의 열정을 갈망하는 사람 등은 함께 있어도 다른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집착하면 할수록 관계 속의 그들은 더욱 외로워져만 간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