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블루칩’ 된 대학로 공포특급

  • 박돈규 기자
  • 박수현 인턴기자·연세대 국문3년

입력 : 2007.08.09 00:13 | 수정 : 2007.08.09 03:37

뒤에서 본 객석은 콩나물 시루 같았다. 지난 6일 대학로 아트홀 스타시티. 휴가에 관객을 더 잃은 연극동네에서 가장 붐빈다는 이 소극장(148석)은 이날도 매진이었다. 지난달 11일 여기서 개막한 심야 공포 연극 ‘오래된 아이’(오승수 작·연출)는 금·토·월요일엔 늘 만석이고 다른 요일에도 80~90% 객석이 찬다. 하루 수천 장의 초대권이 뿌려지는 대학로에서 몹시 이례적인 흥행이다.

공포 연극은 대학로의 여름 창업 같다. 지금 대학로에서 영업이 가장 잘 되는 연극 두 편이 다 심야 공포물이다. 창조콘서트홀에서 밤 10시30분 공연하는 옴니버스 형식의 공포 연극 ‘죽이는 이야기’(연출 김재환)도 주말엔 표를 구하기 어렵다. 7일 밤 이 연극을 보고 나온 관객 이지선(여·25)씨는 “공포영화와 달리 배우와 관객이 한 공간에 있는 연극이라 더 무섭고 신선했다”고 말했다.

‘오래된 아이’는 “오늘 밤, 공포 즐길 준비 되셨습니까?”라는 안내로 막이 열린다. 여섯 살 때 실종된 아이가 15년 만에 집에 돌아오며 흘러가는 이야기는 드라마로서도 비교적 탄탄하다. 공포물답게 시각과 청각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하며 겁을 준다. 탁자 바닥에서 기어나오고 객석에도 등장하는 처녀귀신, 특수 렌즈를 낀 배우, 암전 중 커지는 구둣발 소리, 붉은색 핀라이트, 어둠 속 둔탁한 몽둥이질, “음으 으으음~”으로 되풀이되는 허밍, 으스스한 음향 효과…. 겁에 질린 관객은 나중엔 휴대전화 벨소리에도 꺄악 비명을 지른다. 중간중간 코믹한 장면을 밀어 넣어 공포를 배가시킨다.

심야 공포 연극‘죽이는 이야기’.
배우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참여한 이 저예산 연극(제작비 1500만원)은 8월 말까지 매출 5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제작사 마루컴퍼니는 “지난해 여름 올린 공포물 ‘죽었다 그녀가’가 잘 돼 올해 2탄을 만들었는데 심야 시간대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뜨겁다”며 “내년엔 공포 연극을 하겠다는 연극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축제를만드는사람들의 마승락 대표는 “심야 공포 연극을 즐기려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다. 작품성보다는 즐길 거리를 찾는 관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죽이는 이야기’와 ‘오래된 아이’는 저녁 시간에 다른 공연을 한 뒤 밤 10시30분 시작하는 이른바 ‘이모작(二毛作) 공연’이라 대관료도 저렴하다.

‘오래된 아이’는 10일부터 낮 공연을 추가하기로 했고 부산·김해 등 지방 공연까지 성사됐다. 관객은 대부분 쌍쌍. ‘오래된 아이’의 오승수 연출은 “오래된 연인보다는 막 시작하는 연인이 많다”며 “무서운 놀이기구를 함께 탄 사람들끼리 비명 지르며 느끼는 스릴과 연대감이 공포연극 공연장에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름철 공포물이 많은 까닭은 과학적으로도 설명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는 “극도로 긴장하면 말초혈관이 수축하면서 체온이 떨어질 수 있고, 떨림 현상도 나타난다. 공포물이 자극적이라 덥다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