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8.08 08:39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아이디 스위트포테이토님은요, 엄마와 사이가 별로래요. 특별히 좋을 것도 안 좋을 것도 없는데, 자꾸 싸우게 된다구요. 엄마가 하는 말에 이제 상처입지 않을 나이도 됐는데, 엄마한테 받은 상처에는 굳은살도 안 배기는 모양이라고……. 마음이 너무 괴로우신가 봐요.”
엄마와 딸이 싸우는 이유는 ‘아침밥은 챙겨먹어라, 집에 일찍 들어와라’처럼 참 별거 아니다. 이런 별거 아닌 이유들로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인 어머니와의 딸은 툭하면 투덕거린다. 이 같은 대한민국 엄마와 딸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아낸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와 말다툼해 본 경험에서 나오는 내공을 가진 서른 세 살의 언니들이 모여 엄마와 딸의 갈등과 화해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
70년대 낭만 가득한 포크송 드라마
'한밤의 세레나데'의 뮤지컬 넘버들은 모두 배우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포크송이다. 그러나 한밤의 ‘포크송’ 세레나데는 제목처럼 한 밤에 연인의 창가에서 구애하며 부르는 감미로운 노래도 아니고 한밤중 들을 만큼 고요하지도 않다. 서른 셋 노처녀의 까칠함과 여유가 묻어나는 ‘삼땡이 가기 전에’, 한 번만 들으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는 ‘순대쏭’, 많은 관객들이 함께 눈물을 훔쳤던 ‘엄마 뱃속의 딸, 딸 가슴속 엄마’, 실제 70년대 히트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포크송의 낭만이 느껴지는 ‘그대를 처음 본 순간’ 등. '한밤의 세레나데' 뮤지컬 넘버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세레나데’와는 좀 다르지만 우리 일상의 아름다움을 콕콕 집어내는 공감백배 가사들과 흥얼거리기 쉬운 노래들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위한 세레나데보다 더욱 아름다운 우리네 삶을 노래한다.
아기자기한 장치들이 더하는 포근한 기운
“안녕하세요? 한밤의 세레나데 CJ고구마에요.” 인터넷 사이버자키 CJ고구마 즉, 우리의 주인공 ‘지선’은 엄마가 꾸리는 순댓국집의 다락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고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인터넷방송을 한다. 다락방에는 레코드판이 빼곡히 꽂혀있고, 컴퓨터와 마이크, CD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무대 중앙 뒤편에 자리한 지선의 다락방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그녀를 표현해주는 독립적 공간으로, 아기자기한 맛까지 더한다. 또 그녀가 인터넷방송을 할 때에는 다락방 CJ석 주변 벽에 영상을 쏘아 마치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는 듯하게 만드는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혼성듀엣 ‘뚜아에무아’를 아시나요?
“중학교 때, 엄마랑 싸우고 나서 ‘이 노래를 하는 듀엣이 우리 엄마 아빠였으면 좋겠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에서 혼성듀엣 ‘나랑너랑’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에서 지선은 이미 현실에 찌들어버린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잠시나마 잊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원래는 ‘무아에뚜아’였다 아입니꺼. 그란데, 박정희 대통령각하께서 국어순화정책이다 뭐다카믄서 이름을 바꾸라카대요. 그래 나랑너랑 이래 바꿨어예”라는 스물여섯 살 정자의 설명으로 이 그룹 ‘나랑너랑’의 정체는 쉽게 밝혀진다. 사실 여기서 등장하는 ‘나랑너랑’이라는 혼성듀엣은 70년대 당시 실제 존재했던 그룹 ‘뚜아에무아’에서 온 것이다. ‘뚜아에무아(Toi et moi)’는 불어로 ‘너와 나’라는 뜻이며, 박인희의 천사와 같은 목소리와 감미로우면서 우수에 젖은 듯한 이필원의 목소리는 당시 혼성듀오 최고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이들은 1968년 ‘약속’이 담긴 1집 앨범으로 데뷔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가요계의 흐름이었던 해외의 유행가들을 번안하여 클럽 연주를 펼쳤던 이들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스카보로우의 추억’, 존 바에즈의 명곡 ‘도나도나’ 등을 한글 가사로 바꿔 불렀다. 기타의 부드러운 선율과 감미로운 하모니는 30년이 지난 후에도 많은 이가 찾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에서 ‘나랑너랑’의 노래로 등장하는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은 ‘뚜아에무아’의 실제 곡이 아니다. 아름다운 노랫말과 멜로디로 많은 관객을 사로잡은 이 곡은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의 다른 모든 곡처럼 오미영 작사에 노선락 작곡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