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상상, 그러나 서늘한 충격의 여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7.07.26 00:27 | 수정 : 2007.07.26 04:13

리뷰: 연극 ‘미친 뇌’
비정상적인 인물 대거 등장 섬뜩한 장면들로 관객 자극

조명 들어오면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뽑는 오디션장. 문이 열리고 저벅저벅 지원자가 들어온다. 소리만 들릴 뿐 형체는 안 보인다. 그의 바이올린 연주에 심사를 맡은 수석 지휘자 조진후(김재구)는 “뷔페 식당에나 가보라”고 깎아 내린다. “날 모르겠어? 여동생은 잘 있나? 오늘로 자네 꿈에 100번째 등장하네”라는 연주자의 대꾸에 진후는 얼어붙는다. 극은 멈추고, 새떼들이 날아오르는 영상이 투사된다.

‘미친 뇌’(이수연 작·연출)는 비정상적인 머리(미친 뇌)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는 연극이다. 악몽에 시달리던 조진후는 마침내 어느 오디션장에서 그 정체불명의 바이올리니스트(고창석)를 만나며 겁에 질린다. 괴질을 앓는 진후의 여동생 시제(방현숙)는 발작을 멈추는 새벽 4시에만 맑은 정신으로 돌아와 악보를 그린다.

우리 마음이 정상이었을 때가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고 묻는 연극‘미친 뇌. /사다리움직임연구소 제공
낮엔 의사인데 밤엔 문신(文身)을 그려주는 여자(김민정), 복수와 욕망을 파는 남자(김순태)도 등장한다. 추상적인 제목만큼이나 그로테스크한 인물들이다.

‘미친 뇌’는 연결 고리를 잃은 기억들처럼 조각난 장면들을 이어 붙인다. 무대 앞 반투명 막에 투사되는 영상(새떼, 오선지…)이 그 이음매 같다. 그 빛은 객석 쪽을 향하고 있어 관객은 자주 얼굴을 찡그려야 한다.

바이올린 라이브 연주는 물론 배 모양의 욕조에서 시제가 미끄러질 때 내는 마찰음, 서늘한 빗소리, 바이올리니스트가 야구 방망이로 퍽퍽 고깃덩어리를 타격하는 소리, 테니스 치는 소리 등 무대엔 소리가 밀려왔다 쓸려간다. 배우들의 힘과 무게, 속도와 빛이 어우러지는 테니스 장면은 비주얼만으로 아름답다. 세련된 조명 디자인도 극에 부피감을 준다.

‘미친 뇌’는 그러나 아직도 머릿속 추상에 머물고 있어 관객을 힘겹게 한다. 일방적이라 때론 하품이 나오고 저항감도 생긴다. 관객을 겨냥하는 것 같은 빛, 자극적인 소리, 살해 등 섬뜩한 장면 때문에 편히 졸 수도 없는 연극이다.

관객에게 고통을 준 뒤 그 기억을 어떻게 지워줄지 기대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관객 잃은 대학로에서 이렇게 무모한 상상으로 돌진하는 연극이 태어나고 있다는 게 놀랍다.

‘휴먼 코메디’ ‘보이첵’으로 유명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불가해(不可解) 3부작’의 첫 번째로 내놓은 신작이다. 2탄은 ‘우연의 법칙에 관한 보고서’로 예정돼 있다.

▶29일까지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02)741-4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