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7.24 13:48
'망가진' 김도현
▶로맨틱 코미디 '싱글즈'서 깜짝 변신
'천사의 발톱' 카리스마 어디가고…
여친에 버림받는 29세 할인마트 직원역
농군 차림에 막춤…극중 비타민 같은 존재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싱글즈'를 본 관객들의 이구동성이다. 차세대 뮤지컬 스타 김도현의 변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엔딩 신이 압권이다. 추리닝에 운동화 신고, 두 팔을 마구 흔들며 꼬박꼬박 스텝을 밟는 막춤이다. 일명 '정준 댄스'다. 예전에 코미디 프로에서 양종철이나 김정렬이 보여주던 춤을 연상시킨다. "술 마시고 파티에서 신나게 놀던대로 춘다"는 게 김도현의 설명. 관객들은 춤추는 건지 제자리서 뛰는 건지 헷갈리는 동작에 킥킥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다 헉헉거리며 땀을 닦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불과 두 달 전 '천사의 발톱'에서 내면의 슬픔을 녹여 용광로처럼 뜨겁게 뿜어내던 김도현이 아니다. 카리스마를 훌훌 털어버리고 귀여움, 능청스러움을 새로 입었다.
'싱글즈'에서 김도현은 비타민 같은 존재다. 극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상상해 보라. 1m77, 75kg의 건장한 청년이 헤어밴드를 하거나 농군 차림으로 나와 좌충우돌 하는 모습이라니. 그렇게 배우는 망가지고(?), 대신 작품이 살아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밝은 에너지를 계속 넣어주려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쓸쓸할 것 같아서, 찌부둥한 느낌을 줄 것 같아서 까부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어요."
사실 첫 대본에서는 정준의 역할이 미미했다. 김도현이 "후회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대사와 노래가 없었다. 하지만 연습 과정에서 새 장면들이 계속 추가됐다. 이젠 주연이나 다름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연기와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결과는 대성공. 이미지를 확실하게 바꿨다. 김도현은 동거녀인 동미(백민정)와 소파에서 티격태격 싸우고, 술김에 덜컥 사고까지 친다. 완전한 장난꾸러기 모습이다. 실제 성격도 비슷하다. 분장실에서 동료 배우들과 쉴 새 없이 찧고 까분다고 고백한다. "어릴 때 누나와 놀던 장면 그대로"다.
고민이 있다. 굵직한 바리톤인데 '싱글즈'에선 테너 음역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다. 그래서 목 관리 때문에 매일 7, 8종류의 약을 먹는 자칭 '약쟁이'다. 인터뷰 도중 가방을 열어 보여주는데 배즙, 클로렐라, 청국장, 홍당무즙, 생강즙 등 건강보조식품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도 "뮤지컬은 좋은 소리가 아니라 가사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래한다.
김도현은 차기작 '뷰티플 게임'에서 다시 악역을 맡는다. 하지만 이젠 아무도 그를 '악역 전문배우'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싱글즈'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다. 아니다. 칭찬 받을 일이다. 9월 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02)764-8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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