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7.16 09:16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때는 소화 8년(1933년) 봄, 경성 죽첨정(서울 충정로)에서 갓난아기의 머리통이 발견되고 최고의 치안을 자랑하던 일본 경찰은 이른바 과학수사에 즉각 착수한다. 기껏해야 좀도둑이나 잡았던 경찰은 실로 오랜만에 발생한 사건다운 사건에 묘한 흥분에 휩싸인다. 한편 엽기적인 영아 살인 사건을 두고 경성에서는 인륜이 땅에 떨어졌다고 한탄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범인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한다. 근대 문명의 무분별한 유입과 일본의 극악한 통치에 신음하며 혼돈의 정점에 서있는 조선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낸 <조선형사 홍윤식>을 통해 1930년대 모-단한 경성의 일상을 들여다보자.
아기의 머리통이 발견된 1933년, 경성
“금화장 고개길에 어린 애기의 머리통이 나뒹굴구 있다! 샤알록 호움즈의 도시 영국 론돈에서두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그로테스크헌 사건!” 다소 격앙된 목소리의 경찰서 말단 사환 손말희(마리아)의 내레이션이 극의 시작을 알린다. 서울 지방의 방언으로 처리되는 대사와 당시의 복장, 관습까지 세세하게 표현해 1930년대를 재현코자 한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은 조선•동아 일보 등의 기사를 참고하여 재구성한 작품이다. 2007년 <혜화동 일번지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이 연극은 실력파 연출가 김재엽과 작가 성기웅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서대문 경찰서 수사 1반에 전대미문의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 온 조선인 형사 홍윤식이 부임해오고 이노우에 수사 반장, 임정구 등은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과학수사로 범인을 밝혀낼 것인가?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법의학분실에서 내놓은 감정결과는 산 아기의 목을 베었다는 것, 예리한 도구를 사용해 뇌수를 일부러 파냈다는 것, 범행 시간은 10시간 이내이고 피해자는 만 1세가량의 사내아이라는 것이다. 곧이어 무당 이성녀, 이성녀의 수양딸 경옥이, 뻐꾸기 이성근, 기옥의 아버지 한창우, 한창우의 여동생 한영이 등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경찰의 수사를 받는다. 등창이나 간질에 걸린 사람에겐 갓난아기의 골이 즉효라는 속설을 근거로 그런 환자들이 범행을 저질렀을 거란 소문과 문둥병자가 아이의 몸뚱이에서 간을 빼먹고 머리통은 내다버렸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감도는 가운데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든다. 현미경과 탐정견까지 동원된 과학적인 탐문과 수사, 범인은 누구이며 그는 왜 아기의 골을 빼내간 것일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