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디 고운 60대 ‘심청’ 보러 오세요

  • 곽수근 기자

입력 : 2007.06.19 23:38 | 수정 : 2007.06.20 02:37

뮤지컬 실버파워, 오늘 ‘심청’ 공연… 어르신들, 연기에 작곡·연주까지

“오홋, 연꽃에서 나오는 그대는 왕비가 아니오?”

“아닙니다요. 저는 심청이에요.”

“(마주보며 노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사랑해~사랑해.”

19일 오후 서울 중구의 충무아트홀 소극장 무대. 정식 공연(20일)을 하루 앞두고 19명의 할머니·할아버지 ‘배우’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뮤지컬이란 걸 처음 접해본 ‘아마추어’들이지만 프로 배우 못지않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들은 지난달 2일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뮤지컬 실버파워’의 수강생들. 실버파워는 충무아트홀과 어린이문화예술학교가 60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마련한 뮤지컬 교실이다.

이들이 마련한 공연은 ‘심청(心靑)-영원히 늙지 않는 청년의 마음’. ‘심청이에겐 어떤 친구가 있었을까’, ‘심청이네 마을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의 이야기 구조에 알려지지 않은 궁금증을 풀어가는 식으로 구성한 창작 뮤지컬이다.

▲19일 충무아트홀의 창작뮤지컬‘심청’리허설에서 심봉사 배역의 민경원(70) 할아버지가 앞을 더듬으며 걸어가고 있다. 할머니들은 부채를 흔들며 개울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매주 화·목요일 충무아트홀 지하 1층 장미실에 모여 발성연습과 동작 훈련 등 기본교육을 받았고, 그 이후엔 대본 제작에도 직접 참여했다. 심봉사가 빠진 개울, 나무, 새 등 자연의 움직임을 몸으로 직접 표현했고, 클라리넷·플루트·꽹과리·북 등 악기 연주와 부채춤 같은 장기를 공연 곳곳에 녹여 넣었다.

주인공 심청 역은 지원자들이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과 거기에 걸맞은 대사·노래 등을 직접 만들어 연기하는 시험을 거쳐 뽑았다. 심청이 어머니를 그리워 할 때 패티 김의 ‘초우’ 가사를 바꿔 부르고,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의 가사를 바꿔 부르며 애절한 심정을 표현했다.

임금·주지스님·농부 등 1인 3역을 맡은 이윤영(76) 할아버지는 중·고교 밴드 경험을 살려 주제가를 직접 작사·작곡했고, 클라리넷 연주도 선보인다. 경찰 공무원 출신으로 국가유공자인 그는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공연을 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며 “국가유공자와 70대 이상의 노인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2달 가까이 계속된 뮤지컬 연습으로 노인 ‘배우’들의 생활이 확 바뀌었다. 일주일에 3번 혈액투석을 하며 투병생활을 하던 이애우(72) 할머니는 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기를 되찾았다.

며느리의 끈질긴 권유로 참가하게 된 최고령 허차수(77) 할머니와 시누이 손계선 할머니(73)는 “함께 연습하면서 정이 더 쌓였다”고 말했다. 조성희(60) 할머니는 “젊었을 때의 꿈을 이제야 이뤘다”며 활짝 웃었다. 참가자 중 막내인 김인숙(50)씨는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많은 ‘언니’, ‘오빠’들을 만나게 됐다”고 했다.

충무아트홀 윤정국 사장은 “오랜 세월 가슴에 묻혀있었던 어르신들의 숨은 열정과 끼를 느낄수 있었다”며 “하반기에도 어르신들이 참가해 뮤지컬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20일 오후 1시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열리며, 입장료는 없다. 지하철6호선 신당역 9번 출구. (02)2230-6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