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하는 장금이, 뮤지컬 '대장금'

  • scene PLAYBILL editor 강보라

입력 : 2007.06.05 09:26

입맛 당기는 뮤지컬 <대장금>

음식만큼 시대와 국가를 초월하여 사람의 관심을 끄는 소재가 또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음식이라는 만국공통의 소재에 조선시대 한 여인의 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담아낸 TV드라마 <대장금>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50여 개국 대중들로부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대장금>은 브라운관에서 무대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그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때로는 달착지근한 즐거움으로, 때로는 쌉싸래한 슬픔으로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장금이가 이번에는 과연 어떤 맛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지 궁금하다.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처럼

하나를 알면 열을 깨우치는 총명함과 어떤 순간에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굳은 심지로 ‘대장금’이라는 호칭까지 수여받은 조선시대 의녀, 서장금. 온갖 핍박과 난관을 뚫고 마침내 꿈과 사랑을 성취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 주었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무대에서 자신의 꿈과 사랑을 노래로 풀어낸다. 장금과 민정호의 러브테마 ‘언젠가 이곳이’, 한상궁과 최상궁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명이를 생각하게 해’ 등이 특히 귀 기울여 볼만한 곡들. 음악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현대적인 음악에 국악기가 솔로로 협연하는 곡들을 적절히 배치하여 색다른 퓨전의 묘미를 느끼도록 했고, 의상은 인물 간의 친밀도에 따라 색채감을 달리해 관계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무대 또한 현대와 고전이 절충된 간결한 디자인으로 국제 시장에서의 보편성을 고려했다. 이처럼 임금님 수랏상 올리듯 정성어린 손길로 만들어진 뮤지컬 <대장금>은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만큼이나 다양한 맛으로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을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 vs 뮤지컬 <대장금>

뮤지컬 <대장금>은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멜로라인에 무게를 실었다. 54부작의 대하드라마를 2시간 30여분으로 압축해야 하는 만큼, 주인공들의 운명과 인연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내야만 했기 때문. 그리하여 뮤지컬 <대장금>에서는 민정호와 장금의 사랑, 중종과 금영의 짝사랑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게 됐다. 한편 무대라는 특성상 표현이 힘든 맛깔난 궁중음식들은 그에 못지않게 맛깔난 음악과 안무로 대체됐다. 탤런트 이영애가 열연했던 장금 역으로는 뮤지컬 배우 김소현, 안유진, 최보영이 트리플 캐스팅되었으며, <주몽>의 ‘영포왕자’ 원기준과 더 뮤지컬 어워즈 남우신인상에 빛나는 김우형이 민정호 종사관으로 분했다.

최상궁과 금영을 통해 본 <대장금> 악인분석

대대로 이어진 최고상궁 집안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분투하는 최상궁과 금영은 <대장금>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적인 악인들이다. 최상궁은 궁궐 내 권력 암투의 정점에 서있는 수라간 최고의 실세로, 출세에 대한 무서운 집념을 가지고 있는 여자. 온갖 권모술수로 장금의 어머니와 그의 스승인 한상궁을 죽음으로 몰아넣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가문의 전통을 이어나가야만 한다는 책임감이 그녀의 악행을 뒷받침해준다. 최상궁의 조카인 금영은 그에 비한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악인에 속하는 편. 처음에는 장금과 함께 궁녀생활을 시작하며 친분을 유지하지만, 장금의 재능에 대한 질투와 민정호를 사이에 둔 장금과의 연적관계가 그녀를 점차 악인으로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녀는 가문의 음모에 발을 들여놓고도 기꺼이 장금을 괴롭히기보다는 계속해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해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입체적인 악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플 때 보면 쥐약! 요리보다 맛있는 요리만화


음식은 때때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락(道樂)이자 인간관계를 넓혀 주는 고마운 매개체다. 그래서인지 만화, 특히 일본만화 중에는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배고플 때 보면 쥐약이 따로 없는, 요리보다 더 맛있는 요리만화의 세계! 

초밥 요리사들 간의 치열한 승부를 보여주는 <미스터 초밥왕>이나 ‘완벽한 메뉴’를 찾아 돌아다니는 미식가의 이야기 <맛의 달인>은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요리만화의 교과서 같은 작품들이다. 최고의 와인 컬렉션을 차지하기 위한 품평 대결을 그린 <신의 물방울>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요리만화 중 하나. 일반 독자는 물론 재계 CEO들 사이에서도 와인 입문서로 읽혀지고 있을 정도로 폭넓은 정보와 전문성을 자랑한다. 수많은 일본의 요리만화들 사이에서 홀로 선전중인 허영만의 <식객>도 빠뜨릴 수 없다. 팔도강산의 각종 산해진미들이 인간적인 드라마와 함께 이어지는 이 작품은 각 요리의 조리법까지 곁들여져 있어 소장가치를 더한다. 따뜻한 부정으로 일류 레스토랑 못지않은 맛을 만들어내는 <아빠는 요리사>와 천원 이하의 재료로 가난한 가족의 저녁을 준비하는 <빈민의 식탁>은 저렴한 재료비로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요리들이 등장하여 관심을 끈다. 이밖에 <라면 요리왕>, <따끈따끈 베이커리>, <안티크 서양골동양과자점>같이 특정 음식을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나 한 나라의 요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맛있는 관계>(프랑스), <중화일미>(중국), <화려한 식탁>(인도) 등도 추천할만하다. <헤븐>처럼 미식가와 요리사를 넘어 레스토랑 자체를 테마로 삼은 만화도 있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이 같은 만화들을 열심히 읽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요리만화의 제목처럼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 공연정보 ■
공 연 명 : 뮤지컬 <대장금>
공연기간 : 5.26-6.17
공연시간 : 화-금 19:30 토 15:00 19:30 일·공휴일 14:00 18:30
공연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원    작 : 김영현
극    작 : 오은희
연    출 : 한진섭
음    악 : 조성우
출    연 : 김소현 안유진 최보영 원기준 김우형 손광업 한애리 양꽃님 나현희 이경미 이태원 한성식 김희원 외
제    작 : MBC, PMC프로덕션
티켓가격 : 대장금석 15만원 귀빈석 15만원 로얄석 12만원 특별석 9만원 일반석 6만원 경제석 4만원
문의예매 : 02.738.8289 www.i-pm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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