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6.04 09:31
이 극은 영리하고 재치있는 여관집 여주인 미란돌리나와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4명의 남자들 사이의 각축을 희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미란돌리나에게 구애하는 4명의 남자들은 18세기 이탈리아 사회를 대표하는 계층인 셈이고, 그들의 개성적이고 강렬한 성격이 이 희극의 재미를 만들어낸다. 몰락한 후작은 귀족 지위를 내세워 구애하고, 귀족 지위를 돈으로 산 상인계급 출신의 백작은 황금만능주의를 내세워 구애하며, 평민층인 여관 종업원 파브리찌오는 미란돌리나 부친이 맺어준 결혼상대라는 점을 내세운다. 처음부터 미란돌리나에게 미혹당한 이 남자들과는 대조적으로 기사는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혐오를 드러내며 다른 남자들을 비웃는다. 바로 이때문에 미란돌리나는 기사를 유혹하여 그의 위선을 깨뜨리려는 놀이를 벌이게 된다.
이처럼 이 극은 사회의 가치와 인간성격을 표상하는 5명의 인물들이 벌이는 놀이와 카니발의 세계이다. 기존의 신념이 전도되고 거짓과 진실이 몸을 섞고 지위가 뒤바뀌는 역설의 세계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극의 묘미와 유쾌함은 바로 여러 국면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카니발적 전복에 있다고 할 것이다. 기사는 미란돌리나가 다양하게 구사하는 수법에 넘어가 그녀의 사랑을 애걸하게 되고, 또 승리를 구가했던 그녀는 기사가 벌이는 광적인 소동 때문에 평판과 이득을 잃게 되는 처지에 빠진다. 평민계급 특유의 현실감각을 소유한 그녀는 자신이 획책한 놀이의 위험을 종결짓기 위해 결국 평민 파브리찌오와의 결혼을 발표한다.
연출의 이병훈은 다양한 개성들이 만들어내는 화성적 구조와 음악적 리듬을 경쾌하게 살린 모던한 공연을 주조해냈다. 18세기 이탈리아라는 시공간이나 줄거리의 구태의연함이란 약점을 세련된 무대장치와 경쾌한 막간극, 상징성이 가미된 의상 등을 통해 유쾌한 연극 놀이로 전환함으로써 현대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 시대 동판화를 응용한 배경막, 골도니 작임을 알리는 판넬로 만든 극장 아치, 이중적인 무대막 등 무대디자인(김희재)은 연극무대가 곧 세상이며 인생이라는 것을 시각화함으로써 “세상은 아름다운 책이지만 그것을 읽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다.”는 골도니의 명언을 구현해낸다.
현대적 감성으로 보면 낡아보이는 인물들이나 줄거리를 구원한 것은 특히 막간극이었다. 장면전환 때 악사의 노래나 연주로 희극적 분위기를 강조한다든지, 음악에 맞춰 코러스들이 소품을 옮기고 춤을 추고 혹은 인물의 행동을 패러디하는 동작, 양식화된 신체언어 등의 양식상의 혼종으로 동시대적 미학을 표현해낸 것이다. 희극성과 음악적 리듬을 경쾌하게 표현해낸 배우들의 앙상블은 수준급이었으나,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당찬 이중성을 내보이며 극을 주도해야 할 여주인공 역의 강지은은 배역 소화에 힘이 부치는 듯 보였다. 또, 파브리찌오 역의 주성환은 귀족들을 젖히고 미란돌리나를 얻게 되는 신뢰감을 주는 평민으로서의 성격 표현이 구축되지 않아서 미란돌리나의 선택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