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가 없어 어머니도 제 공연 못봤어요”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7.05.18 00:50

뮤지컬·영화 넘나드는 ‘흥행 제조기’ 조승우 인터뷰
캐릭터는 커녕 대본도 안받았는데 매진 소식 전해오면 중압감 시달려
‘돈키호테’ 주인공 맡아 8월 다시 무대에

▲TV 보다가 자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조승우는 “같은 뮤지컬에 다시 출연하는 건 미련 또는 그리움 때문”이라고 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배우 조승우(27)의 테이블엔 담배와 목캔디, 자일리톨껌과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다. 17일 오후 삼청동. 나흘 전 뮤지컬 ‘헤드윅’ 공연을 끝낸 그는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헤드윅(여자 배역)일 땐 겨드랑이털이며 수염을 매일 바짝 밀어야 했어요….” 화창한 날씨였다. 그는 “공연할 땐 비 오는 날이 좋다. 습기가 많아야 노래가 잘 나온다”고 했다.

조승우는 현재 뮤지컬과 영화 모두를 지배하는 유일한 배우로 꼽힌다. 이번엔 8월 3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주인공 돈키호테 역을 맡는다.

‘맨 오브 라만차’는 내성적이었던 중학교 3년생 조승우를 펑펑 울렸던 작품이다. 계원예고에 다니던 누나(조서연)가 여주인공을 맡아 공연한 그 뮤지컬을 보면서 그는 인생에 활주로가 펼쳐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 학교로 진학한 조승우는 3년 중 절반을 학교에서 먹고 자며 뮤지컬을 열망했다. “(공연에) 미쳐 있었다”고 말했다.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뒤엔 시련이 있었다. “1년에 영화 한 편 볼까말까였는데 임권택 감독 만나 부담스런 신고식을 치른 거예요. 아무 일도 안 들어왔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극단 학전에 들어갔습니다.”

극단 학전 대표 김민기는 조승우를 ‘또라이’ ‘미친 놈’이라고 부른다. 애정이 담긴 표현이다. ‘의형제’ ‘지하철1호선’ 공연을 하며 내공을 키웠다. 객석이 꽉 찬 날은 1000원씩 사례금이 떨어졌는데, 어느 달은 3만원(매일 만석이었다는 뜻)을 받았다고 한다. “그 3만원이 30만원, 300만원보다 값져 보였어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헤드윅’ 때는 관객이 폭발했다. 표가 없어 그의 어머니조차 공연을 못 볼 정도였다. “작품의 기운이 달라요. 하루 공연이 끝나면 질질 끌려나오다시피 부축 받아 분장실로 갔어요. 그렇게 쏟아내도 뭔가 채워지는 게 있었어요.”

예매사이트가 마비되고 몇 분 만에 매진되는 현상에 대해선 “씁쓸하고, 거품 같기도 하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내게도 관객 발길이 뜸해질 때가 오겠죠. ‘화양연화’ 같은 인기 아닐까요?” 캐릭터 구축은커녕 대본도 안 받았는데 표가 다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배우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조승우는 차만 타면 CD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른다. ‘헤드윅’은 CD가 6장 들어가는 카오디오에 2년째 한 자릴 지키고 있다고 했다. 실컷 놀아보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는 말도 했다. “예전엔 빨리 나이 먹고 싶었는데, 요즘엔 사인을 할 때 2006년, 2005년으로 적은 적도 있다”고 했다. 무의식 중에 의식이 들통난 것이라 했더니 그가 말했다. “저, 날짜 개념 없어요. 오늘 며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