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연극 배우 평균 연령 64.7세 ‘언덕을 넘어서 가자’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7.05.17 00:36 | 수정 : 2007.05.17 05:48

출연 배우 3명의 나이를 합하면 거의 200, 평균 연령 64.7세인 연극이 있다. 이호재·전양자·오영수가 뭉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위성신 연출)다. 이 작품은 대학로에서 본격적인 의미의 ‘실버 연극’으로 통한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언덕을 넘었고 10년쯤 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로 진입하는 한국에서 ‘실버연극’은 “수요가 충분한 블루오션”이라는 평까지 받고 있다.

지난 14일 대학로의 한 연습실. 이호재·전양자·오영수의 목엔 돋보기가 걸려 있다. ‘언덕을 넘어서 가자’는 ‘불 좀 꺼주세요’의 극작가 이만희가 이호재를 주인공으로 잡아 쓴 작품이다. 원칙주의자에다 노랭이인 완애(이호재)와 바람끼 많은 친구 자룡(오영수)이 초등학교 동창 다혜(전양자)를 놓고 벌이는 사랑 싸움을 그린 코미디다.

▲연극‘언덕을 넘어서 가자’에 출연하는 오영수·전양자·이호재(왼쪽부터).

다혜는 말한다. “다 늙은 이제야 세상 보는 눈이 생기다니. 그러니 인생이 실수투성이지.” 그래도 사랑에 빠질 마음은 청춘이다. 콜라텍을 드나드는 자룡은 “춤은 숭고한 영혼의 무의식적 떨림”이라며 개다리춤을 춘다.

티켓링크에 따르면 이 연극 예매자는 50대가 44%, 40대가 33%다. 제작사 컬티즌은 “집계에 나타나진 않았지만 60대 이상의 경우 인터넷이 익숙하지 않아 아들딸이 대신 구매한 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랜만에 희극 연기를 하는 이호재는 “이건 노인네들, 60 넘은 사람들의 얘기다. 젊은층이 보면 ‘우리 어른들 이렇게 청춘이구나’ 싶은 대목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전양자는 ‘세일즈맨의 죽음’ 이후 2년 만의 무대고, 오영수는 최근 ‘늙은 부부 이야기’로 더 유명해졌다.

극단 컬티즌은 이호재를 중심으로 2002년 만들어졌다. 이호재 팬클럽 ‘빨간 소주’가 주축.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졸업’ 등 그를 주인공으로 한 연극들을 해왔지만 신작 발굴이 어려웠고, 이번엔 아예 주문제작 방식으로 실버 연극을 올린다. 김명화 연극평론가는 “실버 연극은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고령 인구가 많아져 앞으로 가능성이 많다”며 “마당놀이나 악극을 벗어나 무게감 있는 명작 등 소재 확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4일부터 6월 10일까지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02)765-5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