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끼치는 환상의 핏빛동화 "필로우맨"

  • scene PLAYBILL editor 강보라

입력 : 2007.05.17 09:15

촉망받는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최대 히트작

미국과 영국 평단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젊은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최대 히트작 <필로우맨>이 한국 연극계를 이끌고 있는 차세대 연출가 박근형에 의해 국내 초연된다. 7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 카투리안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이밖에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내공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연기파 배우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그리고 극단 골목길 배우들이 출연하여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 번뜩이는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필로우맨>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소름끼치는 전율을 선사할 것이다.


“전 한 번도 경찰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단 한번도요!”

극은 경찰서 취조실에서 소설가 카투리안이 두 명의 형사에게 심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쓴 작품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엽기적이면서도 잔혹한 어린이 실종·살인사건이 무려 세 건이나 발생했기 때문이다. 카투리안은 범행과 자신의 소설 사이의 연관성을 강력히 부인하지만, 취조과정에서 그의 충격적인 어린 시절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차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일급비밀로 분류된 이 파일을 네가 어떻게 알아?...너...설마 곁눈질했냐?”
“저 이거 다 쓰고 나서 때리시면 안 될까요? 이제 곧 제 엄마 아빠 죽인 부분을 써야 하거든요.”

취조실이라는 험악한 배경과 살인사건이라는 끔찍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전혀 심각하지 않다. 오히려 인물들의 어눌한 행동과 단순한 말장난이 때때로 실소를 머금게 할 뿐이다. 그러나 터져 나온 실소 뒤에는 왠지 모를 섬뜩함이 느껴진다. <필로우맨>은 이처럼 날카롭고 신랄한 블랙유머를 통해 인간의 비참하고 부조리한 일면들을 낱낱이 까발린다.

한편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등장하는 카투리안의 일곱 편의 소설은 기발한 발상과 잔혹한 스토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관객들을 빠르게 몰입시킨다. 특히 카투리안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가와 작가의 형’, 작품 전체의 주제를 상징하는 듯한 ‘필로우맨’은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생각해 냈을까 싶을 정도로 젊은 작가의 상상력과 천재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작가의, 작가를 통한, 작가에 관한 이야기

<필로우맨>에는 원작자인 마틴 맥도너 본인의 작가적 신념이 담겨져 있다. <필로우맨>은 ‘작가(카투리안)의 이야기’인 동시에 ‘작가(카투리안)를 통한 작가(마틴 맥도너)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그는 먼저 ‘작가의 첫 번째 의무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자전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한심한 작자들’, ‘쓰여 진 것을 전부 믿어서는 안 된다’와 같은 대사들로 안일한 매너리즘에 빠진 요즘 작가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런 다음에는 카투리안의 일곱 편의 이야기를 모범삼아 탄탄한 서사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소소한 개인적 체험에만 의존하는 현대 희곡 작가들의 빈곤한 상상력을 향한 마틴 맥도너의 조소이자 충고이기도 하다.

소름끼치는 환상, 일곱 편의 잔혹동화

<필로우맨>에는 카투리안이 쓴 7편의 소설이 등장한다. 한결같이 끔찍한 이야기를 다루었음에도 불구, 끝에 가서는 어딘지 모르게 인간적인 교훈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작은 사과맨
사람 모양으로 깎은 작은 사과맨을 아빠에게 선물하는 소녀. 그러나 사과 안에 들어있는 면도날은 소녀의 아빠를 고통스런 죽음으로 인도하고, 뒤이어 사과맨의 복수가 시작된다.

작품성 ★★
잔혹도 ★★


사거리의 세 사형대
맞은편에는 강간범과 살인마라는 플래카드가 붙어있는 사형대 감옥과 그 안에 갇혀있는 두 명의 죄수가 보인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자신이 갇혀있는 감옥의 플래카드를 읽을 수 없다. 작가의 철학적인 사유와 형식미가 돋보이는 작품.


작품성 ★★★★
잔혹도 ★★


강가의 한 마을 이야기
카투리안의 소설 중 유일하게 출판된 작품. 지나가던 마부로부터 오른쪽 다섯 발가락을 잘린 절름발이 소년의 이야기로, 결말 부분에 기가 막힌 반전이 숨겨져 있다. 


작품성 ★★★
잔혹도 ★★★


필로우맨
앞으로 끔찍한 인생을 살다 자살하게 될 아이들이 아예 고통과 불행을 겪지 못하도록 그들을 미리 자살로 인도하는 필로우맨의 이야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작품성 ★★★★★
잔혹도 ★


작은 아기 예수
자신을 예수라고 믿고 있는 6살짜리 소녀가 양부모의 핍박과 고문을 견디다가 예수와 똑같이 가시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힌다. 


작품성 ★★★
잔혹도 ★★★★★


작은 초록 돼지
보통 돼지들과 다른 초록색 몸을 가진 돼지가 겪게 되는 기적 같은 경험을 그렸다. 카투리안의 소설 중 그나마 ‘정상적인’ 작품에 속한다.


작품성  ★★★
잔혹도


작가와 작가의 형제
카투리안의 유일한 자전적 이야기로 여기서 ‘작가’는 그의 형 마이클이요, ‘작가의 형제’는 카투리안 자신을 의미한다. 결말 부분은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작품성 ★★★★
잔혹도 ★★★★★


▒ 연극 <필로우맨> 취재노트 ▒

2007.4.16.월 2:00PM LG아트센터 지하2층 드레스리허설룸

연극 <필로우맨>의 공개연습 현장. 눈가리개를 쓴 채 힘없이 의자에 앉아있는 최민식(카투리안 역)의 모습이 보이고, 곧바로 1막 1장의 연습이 시작된다. 형사들의 갖은 협박과 고문 속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최민식의 연기가 긴장한 듯 다소 불안하다. 여리면서도 자의식이 강한 카투리안의 다중적인 성격을 표현하기란 명배우인 그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터. 한편 최정우(투폴스키 반장 역)와 이대연(에리얼 형사 역)은 잔뼈 굵은 배우들답게 노련한 연기로 극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간다.

이번에는 윤제문(마이클 역)이 아이들을 살해한 것을 알게 된 최민식이 분노하는 장면이다. 지능이 조금 모자란 카투리안의 형 윤제문의 덜떨어진 연기가 일품. 그와 말다툼을 벌이던 최민식이 급기야 북받치는 분노에 눈물을 쏟아내자 여기저기서 ‘역시 최민식’이라는 작은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박근형 연출의 ‘거기까지’ 라는 사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배우들의 얼굴에서 새삼스레 베테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 공연정보 ▒
공 연 명 : 연극 <필로우맨>
기    간 : 5.1-5.20
시    간 : 화-금 20:00 주말 15:00 19:00
장    소 : LG아트센터
극    작 : 마틴 맥도너
번    역 : 박천휘
연    출 : 박근형
출    연 : 최민식 최정우 이대연 윤제문 외
제    작 : LG아트센터 뮤지컬해븐
주    관 : 극단 단골가게 극단 골목길
티켓가격 : R석 4만 5천원 S석 3만 5천원 A석 3만원
문의예매 : 02.2005.0114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