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07 18:08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노래하는 열정의 무대
2007년은 창작 뮤지컬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기존의 외국 뮤지컬의 형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신선한 소재와 다양한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겠단 각오로 준비 중인 창작뮤지컬의 첫 스타트를 끊은 <컨츄리보이 스캣>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이미 그 준비 단계부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아온 새로운 무대가 지금 대학로를 들썩이고 있다.
자유로운 스캣의 리듬에 마음을 담아
<컨츄리보이 스캣>은 기본적으로 자유와 열정을 노래한다. 비록 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제 맘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노래 부르는 시골 소년(Country Boy)을 주인공 삼아 마음 깊숙한 곳에 담겨 있는 꿈을 노래하는 것. 바람 부는 소리도 말 달리는 소리도 모두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주인공 준호의 스캣은 <컨츄리보이 스캣>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음악 포인트. 흔히 재즈 가수들이 의성어와 음절만으로 즉흥연주를 하는 것을 일컫는 스캣이 무대에서 전체적인 극을 이끌고 또 가장 큰 메시지를 던진다. 극 내내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를 묻는 캐릭터들의 힘 있는 대사들은 이 실험적이고 개성 있는 공연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숙제이자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노래로 부르는 준호와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춤으로 보여주는 안나는 ‘당신은 당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 적이 있나요?’라고 묻는 것만 같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판타지 드라마’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공연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으로 밴드가 무대 전체를 지휘하는 것 또한 눈에 띈다.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음악으로 ‘연기’하는 ‘양만춘밴드’의 역할은 ‘바다 마을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공연 컨셉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지휘한다. 공연 시작 전 바다마을로의 입장을 환영하는 안내와 함께 관객들은 양만춘밴드와 함께 순수한 소년 준호와 안나가 살고 있는 바다마을로 다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바다를 형상화한 듯한 무대와 캐릭터에 맞춘 독특한 소품들은 이 즐거운 여행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뮤지컬 쇼케이스 1호作의 저력
<컨츄리보이 스캣>은 국내 최초로 시도된 뮤지컬 쇼케이스 1호작이라는 데 의의를 가진다. 2005년부터 새로운 창작 뮤지컬을 지원하고 양성하기 위해서 마련된 이 행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가장 처음으로 제작에 들어간 작품인데다가 2년이라는 오랜 준비 기간이 작품 전체의 저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 공들인 시도는 스텝들과 배우들의 호흡에서부터 다른 공연과 차별화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험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에 딱 맞춘 듯한 안무와 노래가 극을 매끄럽게 하는 것은 물론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 스토리보다는 캐릭터가 주가 되는 공연인 탓에 오랜 기간 준비한 팀의 호흡은 공연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이번에 연출, 극작, 주연배우까지 도맡은 홍상진은 오랜 기간 배우로 왕성히 활동한 경력만큼이나 안정적으로 공연을 지휘하고 있다. 대부분의 배역이 더블캐스트로 이뤄져서 각각 배우들의 특징에 맞게 골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연을 올리기 전 이미 홍대 라이브 무대에서 그 음악성과 놀라운 흡입력을 인정받은 양만춘밴드의 연주는 근래에 본 라이브 무대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공연 마지막 커튼콜의 열기를 마음껏 즐기는 것 또한 <컨츄리보이 스캣>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이다.
한국 뮤지컬이 진정으로 나아갈 길
프리뷰 기간까지 현재 3주 정도의 공연을 거친 <컨츄리보이 스캣>은 그 실험성과 독특함으로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이 공연은 기존의 외국 라이센스 뮤지컬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겐 조금 낯설고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기존의 형식을 과감히 버리고 개성 있는 뚝심을 발휘하고 있는 이 공연은 한국 뮤지컬이 진정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허공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꽃으로 남을 수 있다.”는 극중 대사처럼 이 공연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평가가 냉정하게 갈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견을 덧붙여 이 공연을 지지하는 이유는 모든 걸 떠나서 이 공연의 무대에서 쏟아내는 열정적인 에너지 때문이다. 그 열정적인 에너지의 정도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마음을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바다마을여행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바다마을 여행의 추억을 평가하는 건 순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