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우리들 일상의 사랑 <우리 동네>

  • 아트센터 안홍기 기자

입력 : 2007.05.07 18:05

"참 착한 뮤지컬"

이런 노래가 있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어릴 적 함께 지내던 골목길에서 만나자면서,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우리 동네에서 만난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있던 우리 동네, 아직은 아파트도 별로 없고 변변한 놀이터도 없어서 그저 우리들만의 놀이를 만들어 얼음땡을 하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던 시절의 우리 동네에서 옛 친구 나를 반겨 달려온단다. 동물원의 <혜화동>이라는 노래다. 하필이면 혜화동에서 <우리 동네>라는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 그 좁은 길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고 살 수 있었던 것일까.

1979년을 시작으로 해서 아직 서울 사람들처럼 대문을 걸어 잠그지 않아도 되었던 파주로의 여행이다. 두 여자가 함께 살고 있으면 외출할 때 각자 가진 열쇠로 나온 문을 걸어 잠거야 하는 시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알 수 없는 시절이지만 고등학생인 상우가 옆집 선영에게 말 한 번 건네고 싶어서 골목 앞을 지키고, 매일 밤 술에 취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던 동네 교회의 성가대 지휘자 지씨가 술에 비틀거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던 동네 아낙들이 그저 그에게 아픔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이해해 주자고 서로를 다독거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가 있다. 기억도 나지 않지만 우리가 살아왔던 시절, 특별한 일도 없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 동네>다.

만일 타임머신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시절로 돌아가야 할까. <우리 동네>는 그 시절이 너무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길 충고한다. 너무 행복했던 시점이라면 그 곳에서 살고 싶을 거라고, 그저 어린 시절 생일날 아침 같은 날로는 돌아가지 말라고 충고한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엄마가 소리 높혀 우리를 깨우고, 집 밖에서는 까치가 깍깍 울어대고, 신문을 던지는 배달부 자전거 소리 맡에 툭 신문이 던져지고, 밥 내음이 그윽하게 풍기는 어떤 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이지만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나날이다. 엄마 아빠가 우리를 사랑하고, 우리가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바로 그 시절, 그 나날들.


잊고 나면 그저 추억, 떠오르면 그저 기억. 영산 대학교에서 연기 연출을 가르치는 김재권 교수는 이 뮤지컬을 보고 “참 착하다.” 한다. ‘참 착한 연출에 착한 배우들이 착한 음악과 함께 착한 작품을 만들어 간다.’ 한다. 착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찌릿한 연애 장면도 없이, 누가 누구를 배신하는 장면도 없이, 서로를 헐뜯는 대목도 없이 이 착한 뮤지컬은 그저 잊지 말자고 한다. 무엇으로 행복했던 시절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아닌 것에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틈도 없이 행복을 느꼈던 시절을 기억하자 한다.

십여만원을 주지 않고도 쩌릿한 마음과 감동을 주는 이 뮤지컬 <우리 동네>의 매력적인 퍼포먼스는 단연 탭 댄스라 하겠다. 뮤지컬의 해설자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무대 감독의 첫 탭 댄스와 상우와 선영의 결혼식에서 모두 다 함께 타닥타닥 흥겨운 군무는 단연 압권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배우들처럼 군살 없이 매끈한 연기는 없지만 땀 흘리며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이 마냥 고맙다. 무대 감독의 이동준, 지씨 강승완, 상우 박기현, 선영 정영미, 미선 박시내 모두모두. 해외에서 들여왔다는 현란하고 화려한 뮤지컬에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우리 동네>. 우리가 어렸을 때를 아련히 떠오르게 하는 우리 동네.


비오는 밤 아직 돌아오지 않는 선영의 아버지를 엄마가 기다리는 마음으로, 동생 미선에게 양보하지 않았던 달 빛 가득한 창밖을 보는 상우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제는 돌아가지 못하는 선영의 마음으로 오늘은 비오는 하늘을 본다. 빗소리에 자박자박 발자국 소리가 묻히고 만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