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07 18:00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이 잠든 사이 세상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궁금증. 그래서 아침이면 습관적으로 신문을 펴고 저녁이면 TV 뉴스를 본다. 하지만 함께 사는 가족과 이웃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이 모르는 사건이 터졌다. 카톨릭 재단 무료병원에서 반신불수 최병호(안세호)가 사라진 것이다. 치매 할머니 이길례(김진희), 알콜 중독인 정숙자(박소영)와 함께 병원에 있던 그를 추적하는 병원장 베드로(박훈).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최병호와 그를 찾을 수밖에 없는 병원장, 그리고 그를 도와주려 하는 사람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연. 애잔한 길례 할머니의 과거와 화려한 숙자의 과거, 자원봉사자 김정연(김나정)의 철없지만 사랑스러운 이야기까지. 없어진 최병호를 찾는 듯 하다가 자기 이야기로 빠져드는 사람들.
사연의 끝자락에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소외됐지만 그래서 더 진한 서로의 온기다. 극 중 닥터 리(성두섭 분) ‘상처는 깊이만 있고 크기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상처가 깊은 것은 자신만 안다. 다른 사람의 상처와 자신의 상처는 눈에 보이는 크기가 없어 누가 얼마나 더 아픈지 비교할 수 없다. 찬찬히 그들의 상처의 깊이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난 일을 알고 나면 흐뭇한 미소가 남을 것이다.
배우들이 펼치는 탄탄한 이야기와 함께 음악과 연출도 빼놓을 수 없다. 베드로가 ‘짧게 하세요’라며 듣기 싫어해도 결국 할 말 다할 만큼 응어리진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사연을 싣고 가는 배경음악이 일품이다. 바이올린과 기타, 신디사이저 연주자가 직접 연주하는 살아있는 음악에 실린 감정은 관객들과 배우의 벽을 말끔히 없애준다. 게다가 작은 무대지만 짜임새 있는 연출로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소극장 뮤지컬이지만 이 한 편의 뮤지컬이 주는 감동은 꽉 차 넘친다. 농익은 연기로 각 배역에 녹아든 배우들의 숨겨진 파란만장한 삶이 이끌어내는 관객의 감동. 이 감동이 바로 2006 경향신문의 ‘뮤지컬 전문가들이 뽑은 Best뮤지컬’, 서울문화재단의 ‘2006 한국연극 Best-7’에 꼽히게 된 이유다. 사연과 사연을 건너가는 길에 당신이 잠든 사이 준비한 깜짝 파티가 숨어있다. 마법처럼 나타나 관객들의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와 관객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숙자의 애인. 관객에게 손 내밀어 소통하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롱런 하는 대표적인 소극장 뮤지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 뮤지컬을 보고난 오늘밤, 당신이 잠든 사이 나의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감정과 사연을 묻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상처를 오롯이 보여주고 당신의 상처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 그러면 아마 우리의 상처는 빨리, 곱게 아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