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보이드' 이제야 보이네

입력 : 2016.10.12 10:01
건축 미술 음악 디자인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다르게 보기를 제안한다.

12일 개막하는 '보이드'(Void)전은 말 그대로 '빈 곳'을 지향한다.

늘 전시가 열리는, 그림으로 가득찬 공간이 아니라, 공간, 장소성으로서의 미술관으로 재해석해 관람객의 사고를 환기시킨다.

‘군도(群島)형 미술관’이라는 개념으로 설계된 서울관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주제로 설계된 서울관을 탐색한다. 전시장이 ‘섬’에 해당한다면 전시장 이외의 복도, 마당, 움푹 들어간 공간(Sunken) 등 비워진 공용 공간(보이드)들은 ‘바다’로 칭하는 이번 전시는 서울관의 공간적 특성에서 출발한다. 마당, 복도 등으로 이름 붙은 공간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보이드가 실제 미술관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묻는다.

서울관의 전시실 6,7관과 미디어랩을 관람 동선의 축으로 놓고 전시장 바깥의 비워진 공간들, 외부와 연결되는 공간들을 전시의 무대로 삼았다.

전시는 전시 같지 않아 당황스럽기는 하다.

미술가 장민승과 작곡가 정재일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장민승+정재일은 전시장 자체를 텅 빈 공명통으로 설정했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밝은 방'을 시작으로 음악과 조명을 따라 계단을 걸어 내려 가면 어두운 텅빈 공간과 마주한다. 작품은 커녕, 의자밖에 없는 어두운 곳에서 울리는 음악소리는 순간 공포감도 선사하지만, 작가들의 의도는 사뭇 다르다.

장민승은 "이곳은 서울관의 가장 깊숙한 전시장"이라며 "음악과 조명만 있는 이 곳에서 조용히 사색할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공공기관의 빈 공간을 사적인 느낌으로 사용할 수 있게 꾸몄다"는 것.

전시장에 작품이 없어 이상한 느낌도 선사하지만, 이 거대한 공간을 작품이 아닌, 오롯이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 할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오픈하우스서울 축제를 기획해온 오픈하우스서울(임진영, 염상훈, 성주은, 김형진, 최진이) 팀은 서울관 주변의 보이드를 탐색하는 연구조사 프로젝트와 답사 프로그램 '보이드 폼, 보이드 커넥션'을 전시장 외벽에 선보여, 미술관 주변에 무엇이 있고 사라졌는지를 알려준다. 서울관이 들어선 자리는 옛 국군기무사(기무사), 조선 시대 종친부 터가 있는 부지다. 근 현대 학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사라질 때마다 다양한 보이드가 생성됐다.

건축을 전공한 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은 서울관을 핸드폰 거치대로 설정하여 스케일(Scale) 게임을 시도하는 영상 설치 작업 '요람에서'를 보여준다.

출판물 '옵,신' 이 전시로 보여지는 작품도 있다. '책'을 넘기는 행위를 '장소'를 넘기는 것으로 대체한 작품은 서울관 구석 곳곳을 눈으로 체험해볼수 있다. 지면이 아닌 공간을 펼치는 20장의 페이지를 구성하여 미술관 내외부를 관객이 홀로 이동하는 참여형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인다.

건축가 최춘웅의 '실종된 X를 찾습니다'는 서울관을 중심으로 한국 건축 속에 출현하는 보이드 공간들의 역사와 유형을 탐구하는 아카이브와 강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전시를 기획한 정다영 학예사는 "그동안 전시와 작품 자체에 비해 조명받지 않았던 미술관 내외부의 빈 공간들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3년전 탄생한 서울관의 민낯의 공간들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기간 동안 연계 프로그램 및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된다. 오는 26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일환으로'보이드'전 참여 작가 라운드 토크가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진행된다. 26~ 30일 오픈하우스서울의 '보이드 커넥션 + 옥상달빛 페스티벌'이 열린다. 2017년 2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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