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성과 모성애 연결하는… 추수 개인전 ‘존귀하신 물질이여’

  • 김현 기자

입력 : 2024.01.10 11:18

28일까지 용산동 상히읗

‘존귀하신 물질이여’ 전시 전경. /상히읗
Agarmon-20231118-Bleeding Heart, 2023, spray on canvas, 45x45cm. /상히읗
 
작가 추수의 개인전 ‘존귀하신 물질이여’가 28일까지 용산동 상히읗에서 열린다.
 
추수는 신체와 물질의 관계를 바탕으로 전방위적 작업을 선보여왔다. 탈신체성이나 젠더플루이드, 포스트 휴머니즘 같은 급진적 개념을 다루거나 AI와의 협업으로 유연한 사고를 이끌어 내는 등의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식이다.
 
이번 전시는 추수의 작품 세계 근간을 이루는 개념인 ‘물질성’을 강조하는 신작 회화와 설치 작품 ‘아가몬’ 연작을 소개한다. 작가는 가상 세계에 존재하는 아기를 표현한 영상 작품 ‘슈뢰딩거의 베이비’를 시작으로 본인의 오랜 염원인 출산과 임신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이번 ‘아가몬’ 연작에서는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존재를 현실 세계의 물질로 옮겨옴으로써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다.
 
‘존귀하신 물질이여’ 전시 전경. /상히읗
Agarmon-20230611-Picking Up Moment, 2023, spray on canvas, 130x130cm. /상히읗
 
이를 통해 그동안 불경한 것으로 여겨진 여성의 성적 욕구와 성스러운 출산의 암묵적인 관계성을 강조하며 신체가 가진 물질성과 모성애를 연결한다. 또한 추수의 신작은 기술의 역사와 그 안에서 여성의 출산과 재생산을 바라보는 관점으로도 읽을 수 있다. 항아리나 그릇처럼 비어있는 상태 그 자체로 기능이 되는 기술은 창이나 총처럼 역동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 기술에 비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특히 전자는 여성성으로, 후자는 남성성으로 상징되며 기술적인 여성의 위치를 보다 더 격하시킨 바 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기술역사학자 루이스 멈포드(Lewis Mumford)는 무언가를 담아내고 지키는 행위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복합적인 행위라고 보았고, 기술의 역사와 철학에서 쉽게 간과돼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과학철학자 조 소피아(Zoë Sofia)는 멈포드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자궁을 테크놀로지로 여김으로써 출산과 재생산이 인간의 필수적인 기술성의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는 그간의 남성주의적 역사와 기술관에 젠더적 균형을 맞춘다.
 
추수는 특정 형식에 국한되기보다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매체를 정해 작업하며 영상, 설치,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작가는 진델핑엔시립미술관, 베를린소마아트스페이스700, 슈투트가르트쿤스트뮤지엄, 경기도미술관, 뉴욕헤셀미술관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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