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9.12 18:28
[본전시 리뷰]
공예의 오늘날과 미래의 지도를 보여주는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가 10월 15일까지 펼쳐진다. 올해 비엔날레에는 ‘사물의 지도’라는 주제 아래 세계 57개국 251작가․팀의 작품 3000여 점이 내걸려 아트 러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번 비엔날레의 본전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를 주제로 삼아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을 위한 물건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공예가 나아가야 할 미래 지형도를 선보이고자 한다.
전시는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눠 구성된다. 본전시 출품작 하나하나 모두 대표작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여겨볼 만한 작품 10점을 전시의 다섯 개 섹션별로 꼽아 소개한다.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다카하시 하루키 ‘땅을 타고 흐르는 물의 정원’(2023)
어둠 속에서 순백의 정원이 펼쳐지는 듯하다. 다카하시 하루키(TAKAHASHI Haruki)의 ‘땅을 타고 흐르는 물의 정원’(2023)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최신작 중 하나다. 실제 작가는 정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번 작품을 제작했는데,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섬세한 꽃잎과 줄기들 모두 다 세라믹이라는 것이다. 백자 넝쿨과 풀꽃들이 만들어 내는 견고하면서도 연약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덧없음을 일깨우고 사라져 간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이나 기의 흐름을 표현한 역동적인 움직임의 넝쿨이 도자라는 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어둠 속에서 순백의 정원이 펼쳐지는 듯하다. 다카하시 하루키(TAKAHASHI Haruki)의 ‘땅을 타고 흐르는 물의 정원’(2023)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제작된 최신작 중 하나다. 실제 작가는 정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번 작품을 제작했는데,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섬세한 꽃잎과 줄기들 모두 다 세라믹이라는 것이다. 백자 넝쿨과 풀꽃들이 만들어 내는 견고하면서도 연약한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덧없음을 일깨우고 사라져 간 많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이나 기의 흐름을 표현한 역동적인 움직임의 넝쿨이 도자라는 점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처럼 작가는 작품을 통해 공간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탈바꿈하고자 한다.


─김준명 ‘실패한 재현’(2018)
김준명의 ‘실패한 재현’(2018)은 우리의 산수를 표현한 것으로, 위에서 아래를 조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산의 맥락을 구현했다. 손톱만큼 작은 오브제부터 한 손으로는 들 수 없을 만한 사이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산과 줄기가 얽히고설켜 이뤄낸 풍경이 장관이다. 작가는 흙이라는 추상적인 재료로 실체적인 것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면서도 재현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계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흙의 물성만큼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들을 중요한 요소로 삼으며 익숙한 것을 다르게 보는 즐거움을 통해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고 재고하게 만든다.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카렌 비트 베일레 ‘우리가 볼 줄만 안다면,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2020)
덴마크 출신의 작가 카렌 비트 베일레(Karen Bit Vejle)는 유럽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기법 ‘살리그라피(psaligraphy)’를 통해 작업을 이어왔다. 이는 가위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뜻하는데, 그의 ‘우리가 볼 줄만 안다면,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2020)는 마치 레이스처럼 섬세하고 고혹적이다. 유럽의 역사과 문화 등을 동식물 형상을 통해 환상적인 화면으로 구현했다. 그의 작품은 크게 접기와 자르기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각 작품마다 풍부하고 섬세한 상징과 인물, 꽃, 동물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교훈을 전달한다. 그의 작업은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은 물론, 측면에서 그림자와 함께 바라봐야 진가가 드러난다.
덴마크 출신의 작가 카렌 비트 베일레(Karen Bit Vejle)는 유럽과 스칸디나비아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기법 ‘살리그라피(psaligraphy)’를 통해 작업을 이어왔다. 이는 가위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뜻하는데, 그의 ‘우리가 볼 줄만 안다면,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2020)는 마치 레이스처럼 섬세하고 고혹적이다. 유럽의 역사과 문화 등을 동식물 형상을 통해 환상적인 화면으로 구현했다. 그의 작품은 크게 접기와 자르기의 조합으로 이뤄지는데, 각 작품마다 풍부하고 섬세한 상징과 인물, 꽃, 동물 등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삶의 교훈을 전달한다. 그의 작업은 정면에서 마주하는 것은 물론, 측면에서 그림자와 함께 바라봐야 진가가 드러난다.

─황란 ‘비상하는 또다른 순간’(2023)
황란은 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벽 사이즈에 꼭 맞춘 신작을 내놓았다. 강렬하고 화려한 색감의 독수리와 봉황이 합쳐진 듯한 생명체가 힘차게 날갯짓하고 있는 모습에 보는 이 또한 기운이 차오르는 듯하다. 작가에게 단추가 실과 바늘을 매개로 뚫어야 붙을 수 있는 숙명적 존재로 고통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대상이라면, 실은 핀을 지지체 삼아 서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상징한다. 작품을 이루는 점(핀)과 선(실)은 몸과 작품의 신체성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관계적이며 상호의존적이다. 동시에 이들 핀과 실이 엮인 모습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지를 보여준다.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방식과 기술들
─이상협 ‘무제’(2023)
거대한 크기의 은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무제’(2023)는 금속 공예가 이상협의 신작이자, 또한 작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작품 옆에는 은괴가 놓여 있는데, 작가는 실제 이 은 덩어리를 두들겨 이번 출품작을 제작했다. 31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은괴를 오롯이 망치로만 단조하는 지난하고도 원시적인 과정이었는데, 은 덩어리를 판으로 만들어 종국에는 작품으로 만들기까지의 작가의 고됨과 손맛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이 은괴는 공예가나 작가가 쓰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로 일상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공예의 행위와 결과물이 산업사회의 기술과 시스템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술적인 도전을 통해 자신의 경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상협은 은괴를 한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이번 출품작을 제작할 수 있었다.
거대한 크기의 은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무제’(2023)는 금속 공예가 이상협의 신작이자, 또한 작가에게 있어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작품 옆에는 은괴가 놓여 있는데, 작가는 실제 이 은 덩어리를 두들겨 이번 출품작을 제작했다. 31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은괴를 오롯이 망치로만 단조하는 지난하고도 원시적인 과정이었는데, 은 덩어리를 판으로 만들어 종국에는 작품으로 만들기까지의 작가의 고됨과 손맛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제 이 은괴는 공예가나 작가가 쓰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재료로 일상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공예의 행위와 결과물이 산업사회의 기술과 시스템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기술적인 도전을 통해 자신의 경계를 탐구하고자 했다. 이상협은 은괴를 한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아 이번 출품작을 제작할 수 있었다.
─마이클 이든 ‘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 I’(2017)
마이클 이든(Michael Eden)은 3D 프린팅의 대가로 알려진다.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창의적인 작업을 추구해 온 그는 디지털 기술 및 재료를 활용해 역사적, 문화적으로 친숙한 사물을 재설계함으로써 현대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드로잉과 3D 소프트웨어, 수공예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용기의 추상적인 특성을 탐구하고 역사적, 과학적, 문화적 참고 자료를 활용해 독특한 주제와 모티브를 결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마이클 이든(Michael Eden)은 3D 프린팅의 대가로 알려진다.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창의적인 작업을 추구해 온 그는 디지털 기술 및 재료를 활용해 역사적, 문화적으로 친숙한 사물을 재설계함으로써 현대적인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작가는 드로잉과 3D 소프트웨어, 수공예와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용기의 추상적인 특성을 탐구하고 역사적, 과학적, 문화적 참고 자료를 활용해 독특한 주제와 모티브를 결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
─아리 바유아지 ‘바다를 엮다’(2023)
아리 바유아지(Ari BAYUAJI)는 폐어망을 재료로 삼아 아름다운 바다를 구현했다.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미술가인 그는 해변과 맹그로브 숲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밧줄에서 실을 얻어 그것으로 직물을 짠다. 버려진 플라스틱 밧줄을 풀어 헤쳐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제작된 직물은 발리의 전통 직물인 이카트 엔덱(Endek)과도 비슷한 오묘한 색과 패턴을 보여준다. 반짝이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화면 가까이 다가서면 표면에 튀어나온 매듭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는 끊어진 플라스틱 실을 연결한 흔적이다.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이란 본 섹션이 던지는 물음에 가장 직접적이고도 직관적인 답을 지닌 작가 중 하나다.
아리 바유아지(Ari BAYUAJI)는 폐어망을 재료로 삼아 아름다운 바다를 구현했다.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이기도 한 다재다능한 미술가인 그는 해변과 맹그로브 숲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밧줄에서 실을 얻어 그것으로 직물을 짠다. 버려진 플라스틱 밧줄을 풀어 헤쳐 여러 시행착오 끝에 제작된 직물은 발리의 전통 직물인 이카트 엔덱(Endek)과도 비슷한 오묘한 색과 패턴을 보여준다. 반짝이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의 화면 가까이 다가서면 표면에 튀어나온 매듭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는 끊어진 플라스틱 실을 연결한 흔적이다.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들의 실천들’이란 본 섹션이 던지는 물음에 가장 직접적이고도 직관적인 답을 지닌 작가 중 하나다.
─스튜디오 더스댓
스튜디오 더스댓(Studio ThusThat)은 케빈 루프(Kevin ROUFF)와 파코 뵈켈만(Paco BOEKELMANN)으로 구성된 디자인 듀오다. 일상에서 수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있음에도 폐기물에 대한 문제는 완벽히 삭제되어 있음을 깨달은 후, 알루미늄 부산물인 레드 머드(red mud)와 구리 산업 폐기물인 금속 슬러그(slug) 등 폐기물을 인식하는 방식을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인다. 스튜디오 더스댓은 폐기물을 사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채취 관행에 대한 대체적인 시도로서 간주하고 이를 우리의 행동 방식과 인식, 욕구의 징후로서 다루는 문제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산업으로 인해 황폐해지고 파괴된 환경에서 자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스튜디오 더스댓은 황무지(인류를 둘러싼 여러 위기)가 오히려 미래의 가능성을 위한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메이커로서의 우리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스튜디오 더스댓(Studio ThusThat)은 케빈 루프(Kevin ROUFF)와 파코 뵈켈만(Paco BOEKELMANN)으로 구성된 디자인 듀오다. 일상에서 수많은 물건을 소비하고 있음에도 폐기물에 대한 문제는 완벽히 삭제되어 있음을 깨달은 후, 알루미늄 부산물인 레드 머드(red mud)와 구리 산업 폐기물인 금속 슬러그(slug) 등 폐기물을 인식하는 방식을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인다. 스튜디오 더스댓은 폐기물을 사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채취 관행에 대한 대체적인 시도로서 간주하고 이를 우리의 행동 방식과 인식, 욕구의 징후로서 다루는 문제로 받아들일 것을 주장한다. 산업으로 인해 황폐해지고 파괴된 환경에서 자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스튜디오 더스댓은 황무지(인류를 둘러싼 여러 위기)가 오히려 미래의 가능성을 위한 비옥한 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메이커로서의 우리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생명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
─유정혜 ‘숲+‘연가’’(2023)
눈부신 금빛 별들이 쏟아지는 듯하다. 유정혜의 ‘숲+‘연가’’(2023)는 0.2mm의 가는 동선을 코바늘로 엮는 크로쉐 기법을 통해 완성한 성긴 구(球) 형태의 작품 200여 점이 한데 모인 설치 작업이다. 마치 나무의 뿌리 뭉치를 연상하는데, 특히 거울과 어우러지며 끝없이 중첩되고 반사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어져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유정혜에게 얇은 동선은 적당한 탄력감과 바라지 않는 색을 가진 매력적인 소재로, 느슨하게 짜인 섬유 사이로 스미는 빛과 바람, 공간의 뒷면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섬유의 건축적 성격을 완성시키는 주요한 소재다. 유정혜는 나무를 형상화한 느슨한 섬유 작품 사이로 투과하는 빛과 바람, 다양한 이들 간의 시선을 엮음으로써 끊임없이 서로 연결된 인드라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눈부신 금빛 별들이 쏟아지는 듯하다. 유정혜의 ‘숲+‘연가’’(2023)는 0.2mm의 가는 동선을 코바늘로 엮는 크로쉐 기법을 통해 완성한 성긴 구(球) 형태의 작품 200여 점이 한데 모인 설치 작업이다. 마치 나무의 뿌리 뭉치를 연상하는데, 특히 거울과 어우러지며 끝없이 중첩되고 반사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어져 왔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유정혜에게 얇은 동선은 적당한 탄력감과 바라지 않는 색을 가진 매력적인 소재로, 느슨하게 짜인 섬유 사이로 스미는 빛과 바람, 공간의 뒷면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섬유의 건축적 성격을 완성시키는 주요한 소재다. 유정혜는 나무를 형상화한 느슨한 섬유 작품 사이로 투과하는 빛과 바람, 다양한 이들 간의 시선을 엮음으로써 끊임없이 서로 연결된 인드라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제니퍼 트래스크 ‘바니타스’(2021)
실제 뼈로 만든 작품이 있어 눈에 띈다. 제니퍼 트래스크(Jennifer TRASK)는 동물 뼈를 재료로 삼아 바니타스적 전통을 연상하는 작품을 빚어낸다. 존재의 순환과 함께 그 속에 내재된 변이와 변종, 부패와 죽음 등을 상징하고자 하는데, 이 환상적이고도 다소 기괴한 작업은 오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트래스크는 자연의 현실을 너구리의 뼈나 잠자리의 날개 혹은 나뭇잎 조각 등 다양한 금속과 오브제를 결합시켜 표현함으로써 변종과 변이를 이야기하며 동시에 인간 또한 그 일부임을 말한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