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하인두예술상에 ‘신미경’ 선정… “한국성 담보한 국제성”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6.26 17:35

“동서양 문명의 가치를 ‘비누 조각’으로써 번역해 온 작가”
내년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수상 기념전 예정

Translation Series, 2019, soap, varnish, fragrance, pigment.
신미경 작가. /@meekyshin
 
독창적인 ‘비누 조각’으로 잘 알려진 신미경(56) 작가가 제2회 하인두예술상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유의 비누 작업으로 대표되는 작가는 한국성을 담보한 국제성을 인정받아 하인두예술상의 두 번째 수상자로 지목됐다.
 
비누를 소재로 서양의 조각상이나 회화, 동양의 불상과 도자기 등 특정 문화를 표상하는 유물과 예술품을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해 온 신미경은 단순히 모사하는 것이 아닌, 의도적으로 대상의 표피적 속성만을 취해 새로운 작품으로 작동시키고자 한다. 이를 비누 특유의 유약하고 연약한 물성을 통해 더욱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대상이 지닌 원본성에 대한 가치론적 질문을 던진다. 
 
비누는 지극히 일상적인 물품이자 쉽게 부서지며 소모되고 종국에는 사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작가는 이러한 특성의 비누를 소재로 삼아 서양 조각상이나 아시아 불상 등을 꼭 닮은 외형의 조각을 빚어내는데, 이로써 그의 조각은 또 다른 원본이 되고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는 오래된 문명을 바라보는 정형화된 인식의 틀을 해체하는 신미경 고유의 방식과도 같다. 작가는 이들 동서양의 유물을 비누로써 ‘번역’하며 절대적 가치에 대해 재고하게끔 한다.
 
A Petrified Time Series: Buddha, 2018, soap, copper leaf, fragrance, varnish, 33x33x78cm.
 
제2회 하인두예술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안현정 성균관대박물관 학예실장은 “풍화되고 사라지는 비누의 물성을 권위주의의 해체로 본 신미경은 아시아 여성작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부단히 자기 개성화의 길을 걸어왔다. 동서 문화의 맥락을 새로운 담론과 방향성으로 번역해 온 예술인류학자 같은 여정은 향후 동시대미술의 가능성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심사평을 전했다. 
 
신미경은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런던 슬레이드 미술대학과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과 런던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미국 휴스톤미술관, 영국 브리티쉬아트카운슬 등 세계적인 유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획득한 작가다. 최근에는 코리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이외에도 네덜란드 프린세스호프 국립도자박물관, 런던 바라캇갤러리, 우양미술관, 아르코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지난 10일까지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 신미경 개인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전경. /코리아나미술관
 
한편, 하인두예술상은 ART CHOSUN(아트조선)이 2022년 제정한 미술상으로,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하고 한국적인 추상미술을 선도하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친 하인두(1930~1989)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됐다.
 
 
한창 작업에 매진할 59세란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하인두는 말년의 긴 투병 중에도 붓을 놓지 않고 창작열을 불태우며 오늘날 수작으로 평가받는 ‘혼불’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렇듯 어려움 속에서도 언제나 독창성을 모색하고 예술을 향한 열의를 꽃피웠던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하인두예술상은 개성 있는 작업 세계를 구축한 만 59세 미만의 한국 미술가, 국내에서 3년 이상 활동한 미술가를 대상으로 심사, 운영된다. 나이 제한이 있는 것은 하인두 화백이 59세의 일기로 작고한 것에서 비롯됐다. 비록 하 화백은 채 이루지 못했으나, 수상 작가는 59세 이후에도 더더욱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쳐나가 주기를 바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매년 1명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상자 혜택으로 ▲상금 1000만원 ▲이듬해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의 수상 기념 개인전 개최 ▲가나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파리국제예술공동체(Cite internationale des arts) 레지던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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