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선(線) 사이사이, 그곳에는 우주가 있다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3.06.09 14:16

[김현식]
제1회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
대표 시리즈 ‘Beyond the Color’ 신작, 미공개 설치 작업 등 선봬
16일부터 광화문 아트조선스페이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Beyond the Color/V,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90×40×7cm. /아트조선
Beyond the Color/OBK,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60×60×7cm. /아트조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김현식 작가가 대표 연작 ‘Beyond the Color’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작품이 거울과도 같이 마주보는 모든 것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강렬하고도 화려한 컬러의 반짝이는 겉모습에 먼저 매료되고, 홀린 듯 화면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면 비로소 그 안 깊숙이 펼쳐지는 심해와도 같은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대범한 원색의 무수한 선(線)들로 이뤄진 김현식(58)의 작업은 일견 단순 평면으로만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수천, 수만 가닥의 선들이 모여 이룬 3차원적 공간감을 지닌 조각에 가깝다.
 
그의 손에는 붓만 들린 것이 아니다. 송곳, 양동이, 토치도 김현식에게는 화구(畫具)다. 이들로 흡사 집 짓듯이 화면 속의 세계를 건설하고 구축하고 빚어내는데, 이로써 작가는 ‘현(玄)의 세계’, 즉 도통 헤아릴 수 없어 미묘하다고 하는 그 현묘한 세계를 가시화한다. 레진을 굳힌 뒤 표면을 송곳이나 조각칼로 긁어내고, 그 상흔을 물감으로 덮어 다시 레진을 올리기를 거듭한 끝에서야 완결에 다다르는 그의 화면이 무한한 입체감을 선사하는 이유다. 이러한 반복은 행위 자체가 특정 의미를 지닌다기보다는, 한 줄 한 줄을 긁어 파낼 때마다 매번 다른 선들이 끊임없이 중첩되고, 이를 되풀이함과 동시에 첩첩이 쌓여가는 시간의 궤적까지도 화면 아래 심어지게 되는 이 일련의 과정이 주요하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김현식이 제1회 하인두예술상을 수상했다. 한국적 정서를 상징하는 오방색을 에폭시 레진이란 재료를 통해 재해석하고 물성을 살려 색이 지닌 공간감과 깊이감을 구현한 평면 조각 작업의 독자성을 인정받아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예술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진명 평론가는 “김현식의 현의 세계는 현실에서 운용되는 모든 사물과 사건을 초월한 본체의 세계를 가리킨다. 그것은 심(心)의 본연이며 만물의 본연이다. 물리적 매체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한바 한국성을 담보한 신(新) 회화의 가능성의 경지를 개척한 작가에게 제1회 하인두예술상을 수여한다”라며 심사평을 밝혔다. 
 
Who Likes Misty Blue?, 2016,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90×56×7cm. /아트조선
Beyond the Color/W, 2022,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54×54×7cm. /아트조선
 
제1회 하인두예술상 수상을 기념해 김현식 개인전 ‘Beyond the Color’가 6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현식의 대표 시리즈인 ‘Beyond the Color’의 최신작과 작가가 최초로 시도하는 설치 작업 등이 처음 공개된다. 전시 개막에 앞서 15일 오후 4시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시상식이 예정돼 있다.
 
지난 5월, 김현식의 작업실이 있는 울산을 찾았다. 도심의 한적한 골목에 위치한 그의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곳곳에 놓인 오색빛깔 작품들이 거울과 같이 마주한 모든 것을 투영하고 있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현재 울산에서 지내며 작업하고 계십니다. 고양이들이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에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귀엽죠? 10년 넘는 평생을 이곳 작업실에서 지내고 있는 두 아이들이에요. ‘산이’와 ‘시월이’라고 불러주세요. 경계심이 많아 낯선 사람들을 보면 곧잘 숨곤 하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경남 산천에서 나고 자랐는데, 대학교 졸업 후 울산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지낸 지 어느덧 30년이 됐네요. 울산에 별다른 연고는 없었지만 동문이었던 처를 따라 울산에 자리 잡게 된 거죠. 제 작업 특성상 널찍한 공간이 필요해 곧 경주 불국사 근방으로 작업실을 옮기려고 계획 중입니다. 작가에겐 작업 공간이 일상 그 자체인 만큼 참으로 중요하잖아요. 저는 선조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전통과 옛 문화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길 즐깁니다. 수백 년 된 오랜 화집에서 지금의 그것보다 더욱 신선하고 다양한, 선각자와 같은 혜안을 찾아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영감이 넘치는 경주를 새 둥지로 택한 이유죠.
 
─지난해 제1회 하인두예술상의 초대 수상자로 선정되셨습니다. 하인두의 예술정신을 기리는 본 상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가로 지목된 것으로서, 만감이 교차하실 것으로 짐작됩니다. 처음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처음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을 때,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너무도 감격스럽고 영광이었습니다. 제게 그런 자격이 있는지 사실 자신이 없기도, 마음이 무겁기도 했어요. 평소 하인두 선생님을 존경해왔기에 이번 수상이 제게는 더더욱 의미가 큽니다. 작가의 가장 큰 덕목은 독창성이라고 하잖아요. 하인두 선생님은 독립적인 고유의 예술 세계를 정립하신 분이기에, 그러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저로서도 그분의 정신성에 크게 공감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두고 ‘현의 세계’라고 일컫곤 합니다. 작품과 그를 이루는 질료를 통해 현실과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 즉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경지를 드러내고자 하십니다. 추구해 오신 예술 세계와 어젠다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저는 평면 속에 3차원을 구현하는, 즉 평면에 입체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작업 초기에는 방법론적으로 공간에 대한 해석으로 접근했다면, 그 해답을 모색해 나가는 중에 그 공간이란 바로 ‘현의 세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천자문을 공부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바로 우주의 섭리를 이루는 ‘천지현황(天地玄黃)’이잖습니까. 현의 세계는 절대적인 공간입니다. 시간이 없는 곳, 실체를 알 수도 없으며 만질 수 없는 곳, 그러나 우주를 움직이는 절대적인 원리에 관해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알고 있죠. 깊고 오묘하고 현묘하다고 하여 현이라고 하는 것일 테니까요. 저는 이를 주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습니다.
 
Beyond the Color/OR,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80×40×7cm. /아트조선
Beyond the Color/LM,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81×54×7cm. /아트조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수천, 수만 개의 가느다란 선들로 화면이 빼곡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레진 표면을 송곳으로 수없이 긁어내길 반복하시는 행위가 상당히 지난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반면, 이들 선이 빛에 따라 자아내는 그림자와 공간감으로 인해 볼 때마다 다른 생동감 넘치는 화면이 완성되기도 합니다. 마치 현악기의 선과 같이 리드미컬한 음률을 자아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들 선은 어디서 기인한 건지요. 선을 긋기 시작하신 배경과 선이 지닌 의미가 궁금합니다.
 
현재의 화면에 이르기 전, 저는 여인의 뒷모습이나 여인의 머리카락을 그리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술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투명한 공간에 입체적으로 공간성을 구현하고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여인의 머리카락이 지금의 수만 개의 선들로 겉모습이 조금 바뀐 것뿐입니다. 당시에도 여인의 형태가 요지가 아니었지만, 보는 이들이 주로 사람의 형상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궁극적으로는 그 형태를 없앤 지금에 이르게 된 거죠.
 
선은 제게 중요한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무수한 선들을 겹쳐 투명한 공간을 시각화할 수 있으니까요.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없이 수직선을 그어 내리다 보니 묘한 이끌림에 빠졌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있다가도 없어지는 공간, 다시 드러나기도 하는 평면 안의 세상을 발견했습니다. 선들 사이에서 침윤하는 울림들, 흡사 현악기에서의 그것과도 같은 거죠. 실은 제 이름도 같은 ‘현’ 자를 쓰거든요. 어쩌면 제게 ‘현’이란 타고난 숙명이자 필연이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색감과 느낌이 특징적으로, 함축적이며 오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화면입니다. 중첩된 기나긴 시간과 수많은 이야기의 궤적을 담고 있어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와도 같이 고요하고 잔잔하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 덮고 긁어내고 채우기를 거듭 반복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업 과정을 짚어주십시오.
 
먼저 레진을 평평하게 깔고 굳은 표면을 송곳으로 수직선 형태로 수없이 긁어냅니다. 수천 번, 때로는 수만 번에도 이르는 반복인데, 그 위로 물감을 바르면 생채기 사이사이로 색이 스며들게 되죠. 그리고 잔여 물감을 닦아내고 다시 레진을 붓고 선을 긋기를 지속합니다. 이런 레이어를 층층이 쌓아내는 과정을 열 번가량 거듭하게 되면 어느새 화면 안에 새로운 공간이 지어지죠. 평면성을 벗어나지는 않으면서 이를 유지한 채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하다 고안한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는 프레임 밖의 공간으로 나가고자 한 거라면, 저의 평면은 오히려 프레임 속에 공간을 담아내는 것이랄까요. 평면 밖이 아닌, 평면 안에서 결론을 보고 싶었습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Beyond the Color/LGY,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81×54×7cm. /아트조선
 
─에폭시 레진은 물과 같은 투명성과 거울처럼 반사하는 성질, 그러면서도 견고하다는 특성을 지닙니다. 레진을 재료로 채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레진은 제 작업에서의 핵심 재료입니다. 대학 졸업 후, 저도 처음에는 캔버스에다가 그림을 그렸었죠. 하지만 캔버스를 지지체로 삼아서는 다른 미술가들 사이에서 승부수를 두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작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공간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그를 구현할 소재로 레진을 채택하게 됐습니다. 
 
─프레임 자체도 두께가 있는 데다가 화면 전면부가 제일 넓은 육면체 모양이라 더욱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듯합니다. 
 
레진의 물성 특성상 견고하고 힘이 강해 이를 단단히 잡아줄 프레임을 특별 고안해 냈어요. 프레임이 사다리꼴 육면체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 화면 전면부가 가장 넓기 때문에 입체감을 더욱 강조할 수 있죠. 가장자리가 직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사선으로 비스듬히 꺾이는데, 그 기울기가 정확히 23.5도입니다. 이는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와 같아요.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회전하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그것을 느끼지 못하잖아요. 이는 ‘현의 세계’와 같이 우리가 실체는 알고 있으나 눈을 통해 직접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에서 공통되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선생님의 작업에서 색은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국 고유의 정서가 깃든 오방색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미감의 다채로운 컬러를 화면에 도입해 오셨습니다. 색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는지요. 선생님께 컬러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단색조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방색 혹은 오방 간색을 근간으로 원색의 화면을 내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색에 특정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어떠한 의도를 담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제 명제가 ‘Beyond the Color’, 즉 색깔 너머를 보라는 것이죠. 관객이 색 그 자체보다는 수많은 색 기둥 사이에 주목해 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수한 색 기둥 사이사이 머금은 색들이 겹치고 또 겹쳐 우리의 눈에 보이는 색으로 드러나게 되니까요. 누구나 끌리는 색, 좋아하는 색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잖습니까. 색은 그저 보는 이를 끌어들이는 장치와도 같아요. 관객을 화면 가까이 더 다가오게끔 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랄까요. 작품에 좀 더 가깝게 다가오면 단순 색면이 아닌, 색 기둥들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이뤄낸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가끔 저는 관객을 화면 속으로 안내하는 여행 가이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요, 그 여행에서 무엇을 느낄지는 여행자의 몫이겠죠.
 
─앞서, 전통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요. 옛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인지 화면으로부터 세련된 미감과 함께 정겨운 감상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결국은 나의 뿌리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귀결되더군요. 이 뿌리라는 게 제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흡사 제 안에 내재된 DNA와도 같으며 정서적으로 각인된 힘이라는 걸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를 하고 있지만, 제 작품이 이러한 형상으로 완성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고 배경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바로 우리 고유의 전통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전통이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흘러간 옛날의 양식이 아닌, 현재와 미래에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동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유용한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믿습니다. 해외에서 전시할 때면, 서양의 그들 눈에 익숙한 재료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달리 느껴지는 감성에 관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제가 서양의 재료를 사용하고 있으나 그 안에는 저도 모르게 한국 고유의 정서가 스며든 까닭이죠.
 
Beyond the Color/B1,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80×53×7cm. /아트조선
Beyond the Color/G2, 2022,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54×54×7cm. /아트조선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이 6월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마련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설치 작업의 첫선을 보이십니다. 화면 속의 선들이 마치 3차원 공간으로 나온 것과 같은 형상의 설치 작품인데, 이는 어떠한 계기로 시도하시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평면 안에 공간을 구현하는 작업을 반복해 온 만큼, 반대로 평면을 벗어나 이를 3차원 공간에서 펼쳐 내보이는 것은 오랜 계획이었어요. 화면 속에 있던 선들을 실재 공간에 설치해 시각화하는 작업입니다. 울산에는 태화강십리대밭이라는 대나무밭 명소가 있어요. 녹색 수직선들로 빼곡히 차 있는 대밭 속을 거닐다가 문득 제 작업 속의 공간을, 선들로 빈틈없이 꽉 찬 그 안을 걷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어요. 대밭에서 든 감상을 입방체 형태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언젠가는 실제 대나무숲 규모와 맞먹는 대형 스케일로 설치하고 싶은 꿈도 있어요. 관객이 직접 그사이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말예요. 이번 전시는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이면서, 스스로 제 작업을 되묻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설치 작업은 어떻게 왜 이 작업을 하게 됐는지 제 자신에게 묻고 답하며, 동시에 작품에 관한 관객의 이해를 돕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를 위해 선생님께서 구상하고 계신 작품이나 계획이 있으시다면 살짝 귀띔해 주십시오.
 
아울러, 40점에 이르는 ‘Beyond the Color’ 신작을 대거 선보이는데, 레진과 평면 속에 가둔 선들이 빚어낸 공간감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소품부터 대작까지 다채롭게 출품합니다. 예전 중국에서 자코메티 회고전을 관람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수많은 출품작 중 자코메티의 작업 세계를 가장 확연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바로 손톱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소품이더군요. 작품 사이즈가 크다고 해서, 반대로 작다고 해서 그에 내재된 예술 세계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자코메티의 전시에서 받았던 강렬한 인상을 이번 제 전시에서 재현하고 싶은 마음으로, 넓은 벽면에 작은 작품 한 점만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도 구상 중입니다.
 
문의 (02)736-7833
 
Beyond the Color/GY1, 2023, Acrylic on epoxy resin, wooden frame, 80×80×7cm. /아트조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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