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박래현’을 만날 시간… ‘사색세계’展 개막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2.03.04 17:17

아트조선스페이스 개관전 시리즈 Ⅱ ‘박래현, 사색세계’展
3월 4일부터 3월 26일까지 1부 ‘생동하다’
4월 8일부터 4월 23일까지 2부 ‘피어나다’
동양화의 현대화 모색한 작가의 대표작 등 80여 점 선봬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봄이 오면 한 번씩은 생각할 기회를 가져 버린다. 우리는 아무런 예언도 없는 미지의 공간을 더듬고 있는 것이다. 봄이라는 뽀얀 계절은 때때로 나를 이런 부질없는 사색세계에 몰아 버린다.”(박래현, 1959년 4월 29일자 조선일보)
 
이른 아침, 1956, 종이에 채색, 253×194cm.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볼에 닿는 햇살이 한결 따스해짐을 느낄 때면 봄은 이미 와있다. 새 계절이 도래했음을 절감하는 3월,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박래현(1920~1976)이 마주했던 봄을 되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동양화의 확장을 모색하며 새로움을 갈구하던 박래현의 작업 생애를 시기별로 세심히 짚어 보는 전시 ‘박래현, 사색세계(Park Rehyun – Rumination)’가 4일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 타이틀 ‘사색세계’는 박래현이 1959년 4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에세이 ‘봄이면 생각나는 일, 삶과 마주 섰던 계절’ 말미의 한 구절에서 빌려온 것이다. 에세이에서 그는 지난 몇 년간의 봄을 상기하며 식민국가의 운명 속에서 마음의 어두운 흔적과 불안한 감정을 더듬어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의 봄은 아름다웠다고 술회했다.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해당 에세이에서 모티프를 얻어 재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 생애를 기준으로 1, 2부로 나눠 열린다. 4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1부 ‘생동하다(Vibrant with Life)’에서는 작업 초창기에 속하는 채색화와 드로잉 등을 위주로 선보이며, 4월 8일부터 4월 23일까지 열리는 2부 ‘피어나다(In Bloom)’에서는 판화, 태피스트리, 콜라주 등 작가의 실험적 면모를 볼 수 있는 대표작을 내걸린다.
 
작품, 1967, 종이에 채색, 168.2×134.5cm. /아트조선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전시는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갤러리에서 최초 개최되는 작가의 개인전으로, 80점이 훌쩍 넘는 작품을 선보이는 대대적인 전시다. 박래현의 화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솔로쇼’가 귀한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더욱더 반가운 이유다.
 
작품, 1960년대 후반, 종이에 채색, 76×62.2cm. /아트조선
물론 이에 앞서 작가를 재조명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TV CHOSUN 개국 1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전: 더 오리지널’(2021)에서 김환기, 이우환, 김창열, 유영국과 함께 박래현의 미공개 작품이 공개됐고, 세계 탑 메가 갤러리 페이스(Pace)는 ‘2021 키아프(Kiaf)’에 박래현의 회화를 들고나와 부스를 꾸리기도 했다.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154.7cm.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4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국현에서 봤던 작품들을 다시 보게 돼 너무나 놀랍다”라며 이번 전시를 두 팔 벌려 반겼다. ‘박래현표’ 여성 인물화의 시작을 알리는 그의 대표작이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한 ‘단장’(1943),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상하는 화풍의 대한미협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1956) 등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희열의 상징, 1970~1973, 에칭, 37.5×37cm. /아트조선
아울러, 다가오는 2부 전시에서는 동양화의 기법 확장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억’(1970~1973), ‘희열의 상징’(1970~1973) 등 판화 작업이 대거 공개될 예정이다.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기억, 1970~1973, 에칭, 애쿼틴트, 60.8×44cm. /아트조선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작업 생애에 걸쳐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시도를 갈구했던 박래현은 동양화의 근원적인 정체성에 충실하면서도 시대에 맞게끔 발전시키고 변혁시키고자 했다. 국제 미술계에서 동양화가 어떻게 호흡하고 뿌리를 뻗어 나갈지, 동양화의 현대화를 어떻게 실현할지 그 실마리를 동시대 미술 속에서 찾고자 한 박래현의 감격적인 분투를 이번 전시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화~토 10:00~18:00 운영. 관람료 무료. (02)736-7833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박래현, 사색세계’전(展) 전경.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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