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사한 휴양지로의 망중한… ‘조나단 가드너’展

  • 윤다함 기자

입력 : 2021.05.10 17:59

여유롭고 즐거운 해변 풍경 통해 지친 일상 환기
아시아 첫 개인전 ‘Horizon’, 6월 15일까지 제이슨함

Panorama, 2020, oil on canvas, 68.6x162.6cm /제이슨함
 
수평선을 사이로 현실과 비현실 사이 그 어딘가를 오가길 반복하는 듯하다. 조나단 가드너(Jonathan Gardner·39)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익숙하면서 동시에 낯선 세계를 그려낸다. 특히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 미술사에서 고전적으로 다뤄온 소재를 재해석하고 특유의 평면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감각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조나단 가드너 개인전 ‘Horizon’ 전경 /제이슨함
 
가드너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선(線)이다. 화면을 종횡하는 선이 공간감을 형성하며 묘한 비현실감을 자아낸다. 선을 배치해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무대에서 연극을 펼치는 것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데, 인물과 사물, 풍경 등 작품 속 모든 요소는 화면 위에 모여 각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화면을 채워낸다.
 
작업 초기 단계에서 그는 다양한 소재를 스케치한 뒤 오려내 여러 방식으로 배치하며 작품을 구성한다. 콜라주 작업을 연상하는 이 과정을 통해 공간의 깊이와 규모를 자유자재로 변형하고 얕은 공간감 속에서 ‘트롱프 뢰유(trompe l’oeil)‘ 효과를 연출한다.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난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의 화면 뒤에는 가드너의 세밀한 구성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원근감을 없애고 공간의 깊이와 거리감은 압축돼 평면적인 풍경을 구성한다. 또한 멀리 존재하는 수평선은 하나의 선으로 자리하며 하늘과 바다를 분리하고, 이로써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생기며 작품의 몽상적 분위기가 배가 된다. 
 
Sunbathers, 2019, oil on linen, 223.5x162.6cm /제이슨함
 
<The Island>(2020)와 <Panorama>(2020) 속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은 마네(Manet)의 <Olympia>(1863)나 티치아노(Titian)의 <Venus of Urbino>(1534)의 고전미를 연상한다. 다만 가드너의 화면 속 인물은 등을 돌려 누워있는데, 이는 감상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더욱 내밀하고 부드러운 무드를 자아내고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순간의 장면으로 감상자를 초대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드러난 대목이다. 
 
이처럼 작가는 미술사의 낯익은 소재와 더불어 개인적 경험을 한데 엮어 새로운 이야기를 화폭에 담는다. 이를테면 해변에서의 휴가를 즐긴 기억을 담은 <Sunbathers>(2019)에서는 피카소(Picasso)의 <Bathers>(1918) 속 여유로움과 티치아노(Titian)가 그린 여성들의 포즈를 재해석한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그림이 친숙하면서도 낯선, 그리고 현대적이면서도 고전적인, 다각적인 공간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조나단 가드너 개인전 ‘Horizon’ 전경 /제이슨함
 
조나단 가드너의 개인전 ‘Jonathan Gardner: Horizon’이 서울 성북동 제이슨함에서 열린다. 작가의 탁월한 구성과 색채 감각이 두드러진 신작 다섯 점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가드너의 아시아 첫 전시다. 전시타이틀 ‘Horizon’은 가드너의 작품 속 공간을 분리하는 수평의 선을 의미한다. 가드너의 작품은 근사한 휴양지로의 여행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설레게 한다. 6월 15일까지.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