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25 09:22
‘철썩철썩’ 실감 나는 파도 미디어 아트
국제갤러리 ‘에이스트릭트’展
“복잡한 도시의 대척점에 있는 건 무엇일지 고민한 게 시작이었어요. 바다 싫어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도시 생활에 지칠 때쯤 드는 생각이 ‘바다 보러 갈까’잖아요.”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외벽 스크린에 철썩이며 요동치는 바다를 구현한 획기적인 미디어 아트 <Wave(웨이브)>로 전 세계 아트씬에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한 ‘디스트릭트(d'strict)’가 이번에는 실내 전시장에 바다를 꾸렸다.

‘에이스트릭트(a'strict)’라는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트 유닛으로써 처음 선보이는 대형 멀티 미디어 아트 <Starry Beach(스태리 비치)>는 어두운 전시장 사방에 거울을 붙여 바다가 무한하게 펼쳐지는 초현실적 풍경을 선사한다. 거대한 하나의 블랙박스와도 같은 전시장에 들어서서 어둠에 적응하면 밤하늘 별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파도가 온몸을 휘감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6m 높이의 벽을 타고 중력을 거슬러 힘차게 위로 뻗어 나가는 파도는 사그라들었다 다시 솟아오르길 반복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례 없는 에이스트릭트의 파도는 개개인의 경험과 합쳐져 보는 이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앞서 5월, 디스트릭트는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대형 LED 스크린에 설치한 <웨이브>를 통해 고유의 기술적,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착시 현상을 이용해 입체감을 구현하는 표현 기법인 ’아나몰픽 일루션(Anamorphic Illusion)’을 활용해 평면의 스크린을 거센 파도가 요동치는 입체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작업이다. 교통량과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이라는 장소적 맥락과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직관적이고 강렬한 시각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현대인에게 위로를 선사할 수 있는 이른바 ‘세상 너머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이번 <스태리 비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는 <스태리 비치>는 <웨이브>의 후속이자 실내용이라고 설명한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다가 우연히 보게 되는 것이 <웨이브>의 포인트죠. 원래는 광고로 도배됐어야 할 공간이지만, 퍼블릭 아트는 공공재와도 같은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공공의 공간을 활용해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청량감을 선사해드리고 싶었어요.”
이상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스태리 비치>는 물결과 강력한 파도 소리를 강조해 생경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옆에서만 바라보는 바다 외에도 위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항공샷을 통해 파도의 넘실거림과 물결의 디테일을 좀 더 실감 나게 볼 수 있다. 파도와 모래가 부딪히는 파티클과 물보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에이스트릭트는 평범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데 가치를 두고, 자연 요소 중에서도 특히 물이 가진 다양한 속성과 풍부한 음향성을 재료 삼아 작업한다. 그들의 공감각적 작품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는 힘은 단순히 서정적이거나 스펙터클한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물의 현실적 물성에 반응하고 본질을 인지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등 색다른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지점과도 만난다.

에이스트릭트의 첫 개인전이 9월 27일까지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에이스트릭트의 결성을 알리는 자리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초현실적 풍경과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의 현 상태를 총체적으로 제시할뿐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로 대두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에 대한 유의미한 단서와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앞으로 이들은 기존 상업적 프로젝트를 행할 때에는 디스트릭트로, 상업적 활동의 각종 제약사항에 얽매이지 않은 예술 활동은 에이스트릭트의 이름으로, 정체성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예술작품을 창작할 계획이다. 이성호 대표는 누구나 에이스트릭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트릭트는 무명의 컬렉티브 그룹입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그 누구라도 에이스트릭트가 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는 이런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 현재 70명은 있습니다. 다음 작품에선 오늘 이 자리에 있는 아티스트들이 아닌 다른 이들이 나와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