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파도 꿈은 있었다… '청년'으로 본 근현대사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7.09.24 23:51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청년'展

허름한 옷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구두통을 멘 소년이 우두커니 서 있다.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주린 배를 움켜잡았다. 그의 뒤로 미군 병사의 군화를 닦는 동료 구두닦이 소년들과 다리 하나를 잃은 상이군인이 보인다. 6·25전쟁 중의 비참한 현실을 그린 이수억의 유화 '구두닦이 소년'. 주인공 소년의 형형한 눈빛에서 어떻게든 이 고단한 현실을 견디고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비친다.

이수억의 유화 '구두닦이 소년'(1952).
이수억의 유화 '구두닦이 소년'(1952).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주익종)이 지난 22일 개막해 11월 13일까지 여는 특별전 '청년의 초상'은 '근현대 역사와 미술의 만남'이다. 개항기에서 현재까지 역사를 5부로 나눠 구구한 설명 없이 시대별로 '청년'의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미술 작품을 전시한다. 문신·박수근·장우성·백남준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 작가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김아타·정연두의 작품까지 망라됐다.

고희동이 그린 잡지 '청춘'의 표지나 이동기의 신문 삽화 '모던보이'에서 보듯 일제강점기의 청년은 신문명의 전달자이면서 국권 회복을 위해 애쓰는 주체였다. 김호석의 '침묵시위'와 최민화의 '분홍―개 같은 내 인생'은 1960~ 80년대 권위에 맞서 저항했던 청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강원의 '압구정동'은 1990년대 본격적인 소비문화가 도래한 뒤 그 주체로 나선 청년들을 표현했다.

마지막 5부에선 IMF 외환 위기 이후 새롭게 '구조조정'된 한국 사회에서 몸부림치며 도전하는 '88만원 세대' 청년들 모습이 펼쳐진다.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Bewitched #2'는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같은 모델을 사진 2장으로 나란히 보여준다. 왼쪽엔 대걸레를 든 아이스크림 가게 아르바이트생이고 오른쪽엔 눈보라 속에서 창을 들고 선 북극 탐험가다. 어느 시대나 청년이란 진흙탕 속에서도 고개를 들어 별을 보는 자들인 것이다. (02)3703-9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