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3.30 09:37

뮤지컬 '위키드'의 내한·라이선스 공연 흥행성공은 남자배우 중심의 한국 뮤지컬계에 균열을 냈다. 초록마녀 '엘파바'와 금발마녀 '글린다', 두 마녀의 우정이 주요 내용이다. 실력이 탄탄한 뮤지컬 여우들을 내세워 절절한 또는 달콤한 사랑이야기와 넘버 외에 또 다른 뮤지컬의 신세계를 알렸다.
특히 여자들의 우정을 무대 위에서 다룬 부분이 특기할 만했다. 엘파바 박혜나, 글린다 아이비(박은혜)의 호흡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982년생 동갑내기 뮤지컬스타인 두 사람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친분을 나눌 기회도 없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직은 서먹하다. 하지만 발군의 센스를 자랑하는 이들이니 두 마녀처럼 금세 친해질 기세다.
2013년 말 초연 라이선스에서 옥주현과 함께 엘파바를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박혜나는 "당시에도 글린다 역의 정선아·김보경씨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결국 합이 잘 맞았다"며 "아이비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그래서 더 두근거린다"며 눈을 빛냈다.
'유혹의 소나타',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등을 통해 섹시 아이콘을 대변하는 아이비지만 털털하고 소녀 같이 살가운 구석이 많다. 주로 뮤지컬에서 중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아이비는 "생각보다 기가 약하고, 낯을 가리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끄러워하는 면도 있는데 또래들과 함께 출연하니 선배님들과 출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설렘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나는 지난 시즌 '위키드'로 1년 가까이 엘파바로 살았다. "극에 공감하고 성장하는 가운데 동료이자 친구들을 만나게 돼 더 깊어졌다"고 했다. "오랜시간 끈끈하게 친분을 쌓아갔다. 당시 출연한 멤버와 지금도 만난다. 의지하는 동료들이 됐다."
여자가 톱이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문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위키드'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겸손해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끄럽다. '위키드'라는 작품에 힘 입어 관객들에게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시 엘파바를 맡게 돼 책임감을 더 느낀다."
아이비에게 글린다는 오랜 꿈이었다. "캐스팅이 된 지금도 꿈 같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본격적인 연습을 앞두고 더 긴장이 된다. 최고의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도 너무 설레고. 호호."
대중에게 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인식된 탓에 귀엽고 발랄한 글린다 역을 맡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털어놓았다.
'위키드'는 여성을 수동적이거나 소비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박혜나는 "여성이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지만 주요 배역을 맡더라도 단순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위키드는 아니다"라며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다뤘다. 여성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라고 전했다.
아이비는 글린다에 앞서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비롯해 뮤지컬 데뷔작인 '키스 미, 케이트'의 비앙카, '고스트'의 몰리 젠슨, '유린타운'의 호프 등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자신의 대표작인 '시카고'처럼 '위키드'도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심오한 내용이 있다고 했다.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 변호사인 빌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위키드'의 마법사 역시 비슷한 대사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볼 수 있는 '위키드'는 멋진 작품"이라며 흡족해했다. 엘파바는 '위키드'에서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한다. 하지만 진실한 엘파바 내면의 소리를 들은 피에로가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와 맞서던 글린다 역시 우정을 키우게 된다.
박혜나는 "겉모습만 중시하는 현실의 위험한 부분을 잘 전달한다"고 봤다.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는 여자 가수로 살아온 아이비는 "어쩔 수 없이 겉모습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위키드의 내용에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공감했다.
첫 시즌에 이어 두번째 시즌에도 합류한 박혜나는 '위키드'와 '엘파바'가 소중해 함부로 맡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위키드'로 절창과 안정된 연기력을 증명한 뒤 전면에 나설 법도 했지만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의 제인 왓슨, 뮤지컬 '데스노트'의 사신 렘 등 조력자 역을 맡은 신중한 행보가 겹쳐지는 마음이다.
"지난 번보다 더 발전하고 나서 다시 연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엘파바 이후 연기한 캐릭터로 배운 것을 통해 조금은 더 자연스럽고 나아진 알파바를 연기했으면 한다. 처음 엘파바를 맡았을 때처럼 감사한 마음은 여전하다."
아이비는 정말 원하던 역이지만 앞서 글린다를 연기한 배우들이 워낙 잘해낸 탓에 부담이 크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선아씨도 다시 글린다를 맡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이내 긍정했다.
엘파바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영국 팝스타 미카가 리메이크한 글린다의 '파퓰러' 등 '위키드'의 넘버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엘파바는 고음으로 넘쳐나는데 박혜나는 "무대에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다가 아니더라"며 웃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겁 없이 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거대한 산을 경험한 지금은 더 겸손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노래도 어렵지만, 감정들을 다 녹여내야 한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와 더 즐기면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
글린다는 성악,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어야 한다. '유린타운'의 호프를 통해 성악 발성을 경험한 아이비지만 "부르기에 만만치 않은 노래들"이라며 "계속 목소리를 다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끝까지 믿고 당당한 엘파바는 섹시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우정의 단단함을 지키는 글린다는 믿음직스럽다. 일상에서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박혜나가 무대 위에서 섹시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아이비가 무대 위에서는 듬직하다. "'위키드'는 배우로서 멋진 경험"(박혜나), "영혼이 맑아질 것 같은 느낌"(아이비)이라며 마주 보며 미소짓는 두 사람은 영락 없이 2막 끝 부분의 절친한 엘파바, 글린다다.
5월18일부터 6월1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7월12일부터 8월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엘파바 차지연·박혜나, 글린다 정선아·아이비. 6만~14만원. 설앤컴퍼니·클립서비스. 1577-3363
특히 여자들의 우정을 무대 위에서 다룬 부분이 특기할 만했다. 엘파바 박혜나, 글린다 아이비(박은혜)의 호흡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982년생 동갑내기 뮤지컬스타인 두 사람이 한 작품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친분을 나눌 기회도 없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직은 서먹하다. 하지만 발군의 센스를 자랑하는 이들이니 두 마녀처럼 금세 친해질 기세다.
2013년 말 초연 라이선스에서 옥주현과 함께 엘파바를 맡아 스타덤에 오른 박혜나는 "당시에도 글린다 역의 정선아·김보경씨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는데 결국 합이 잘 맞았다"며 "아이비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그래서 더 두근거린다"며 눈을 빛냈다.
'유혹의 소나타', 뮤지컬 '시카고'의 록시 하트 등을 통해 섹시 아이콘을 대변하는 아이비지만 털털하고 소녀 같이 살가운 구석이 많다. 주로 뮤지컬에서 중견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아이비는 "생각보다 기가 약하고, 낯을 가리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부끄러워하는 면도 있는데 또래들과 함께 출연하니 선배님들과 출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설렘이 있다"고 말했다.
박혜나는 지난 시즌 '위키드'로 1년 가까이 엘파바로 살았다. "극에 공감하고 성장하는 가운데 동료이자 친구들을 만나게 돼 더 깊어졌다"고 했다. "오랜시간 끈끈하게 친분을 쌓아갔다. 당시 출연한 멤버와 지금도 만난다. 의지하는 동료들이 됐다."
여자가 톱이면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드문 한국 뮤지컬시장에서 '위키드'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 겸손해졌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끄럽다. '위키드'라는 작품에 힘 입어 관객들에게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다시 엘파바를 맡게 돼 책임감을 더 느낀다."
아이비에게 글린다는 오랜 꿈이었다. "캐스팅이 된 지금도 꿈 같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본격적인 연습을 앞두고 더 긴장이 된다. 최고의 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 자체도 너무 설레고. 호호."
대중에게 강렬하고 섹시한 이미지로 인식된 탓에 귀엽고 발랄한 글린다 역을 맡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털어놓았다.
'위키드'는 여성을 수동적이거나 소비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박혜나는 "여성이 꼭 주인공이 될 필요는 없지만 주요 배역을 맡더라도 단순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위키드는 아니다"라며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다뤘다. 여성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라고 전했다.
아이비는 글린다에 앞서 '시카고'의 록시 하트를 비롯해 뮤지컬 데뷔작인 '키스 미, 케이트'의 비앙카, '고스트'의 몰리 젠슨, '유린타운'의 호프 등 주체성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자신의 대표작인 '시카고'처럼 '위키드'도 화려한 겉모습 이면에 숨겨진 심오한 내용이 있다고 했다.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시카고에서 변호사인 빌리가 눈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한다. '위키드'의 마법사 역시 비슷한 대사를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볼 수 있는 '위키드'는 멋진 작품"이라며 흡족해했다. 엘파바는 '위키드'에서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이유로 배척당한다. 하지만 진실한 엘파바 내면의 소리를 들은 피에로가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와 맞서던 글린다 역시 우정을 키우게 된다.
박혜나는 "겉모습만 중시하는 현실의 위험한 부분을 잘 전달한다"고 봤다. 대중에게 많이 노출되는 여자 가수로 살아온 아이비는 "어쩔 수 없이 겉모습에 신경을 쓰게 되는데 위키드의 내용에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기도 했다"고 공감했다.
첫 시즌에 이어 두번째 시즌에도 합류한 박혜나는 '위키드'와 '엘파바'가 소중해 함부로 맡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위키드'로 절창과 안정된 연기력을 증명한 뒤 전면에 나설 법도 했지만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의 제인 왓슨, 뮤지컬 '데스노트'의 사신 렘 등 조력자 역을 맡은 신중한 행보가 겹쳐지는 마음이다.
"지난 번보다 더 발전하고 나서 다시 연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엘파바 이후 연기한 캐릭터로 배운 것을 통해 조금은 더 자연스럽고 나아진 알파바를 연기했으면 한다. 처음 엘파바를 맡았을 때처럼 감사한 마음은 여전하다."
아이비는 정말 원하던 역이지만 앞서 글린다를 연기한 배우들이 워낙 잘해낸 탓에 부담이 크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선아씨도 다시 글린다를 맡아 함께 배울 수 있어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고 이내 긍정했다.
엘파바의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 영국 팝스타 미카가 리메이크한 글린다의 '파퓰러' 등 '위키드'의 넘버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엘파바는 고음으로 넘쳐나는데 박혜나는 "무대에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다가 아니더라"며 웃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라 겁 없이 해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거대한 산을 경험한 지금은 더 겸손하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노래도 어렵지만, 감정들을 다 녹여내야 한다. 힘들었지만 행복한 경험이었다.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와 더 즐기면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
글린다는 성악,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넘나들어야 한다. '유린타운'의 호프를 통해 성악 발성을 경험한 아이비지만 "부르기에 만만치 않은 노래들"이라며 "계속 목소리를 다듬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대해서는 끝까지 믿고 당당한 엘파바는 섹시하고, 연약해 보이지만 우정의 단단함을 지키는 글린다는 믿음직스럽다. 일상에서 언제나 믿음을 주는 박혜나가 무대 위에서 섹시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아이비가 무대 위에서는 듬직하다. "'위키드'는 배우로서 멋진 경험"(박혜나), "영혼이 맑아질 것 같은 느낌"(아이비)이라며 마주 보며 미소짓는 두 사람은 영락 없이 2막 끝 부분의 절친한 엘파바, 글린다다.
5월18일부터 6월19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7월12일부터 8월2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엘파바 차지연·박혜나, 글린다 정선아·아이비. 6만~14만원. 설앤컴퍼니·클립서비스.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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