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2.11 00:46
차지연 - 폭발적인 가창력의 힘
신영숙 - 우아하면서 집착·광기도
장은아 - 표정·손짓 연기까지 치밀
최근 공연 중인 뮤지컬 가운데 스릴러 장르의 최고봉은 유럽산(産) 뮤지컬 '레베카'(미하엘 쿤체 극본, 로버트 요한슨 연출)다. 가장 인상적인 연기와 노래로 관객을 사로잡는 것은 조연인 댄버스 부인이다. 맨덜리 저택의 집사로, 죽은 레베카에 대한 집착을 안고 있는 그녀는 저택의 새 안주인이 된 주인공 '나'를 위협한다. 연기와 노래 모두 최고의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는 이 배역에 현재 출연하는 배우는 차지연(34), 신영숙(41), 장은아(33)다. 세 배우의 출연분을 모두 보니 '3인 3색' 개성이 뚜렷이 드러났다.
◇'위압'의 차지연
최근 '복면가왕'의 '캣츠걸'로 주목받은 차지연은 '레베카'에서도 폭발적인 힘을 보여줬다. 2막 첫 장면에서 천둥 같은 박력으로 "나의 레베카, 어서 돌아와, 여기 맨덜리로"를 부르고 나자 객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진성(眞聲)은 고음에서도 중량감이 있었고, 큰 키(172㎝)와 단호한 표정은 주인공 '나'를 잡아먹을 듯 위압적이었다. 1막에서 귀에 감기는 듯한 감성적인 목소리를 낼 때는 귀기(鬼氣)까지 엿보였다.
◇'광기'의 신영숙
"영원한 생명, 죽음을 몰라." 지난해 '명성황후'의 주연이었고 초연 이래 세 번째로 '레베카' 무대에 선 신영숙은 1막 노래 '영원한 생명'에서 빛을 발했다. 우아한 목소리와 잠시도 쉬지 않고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섬세한 표정 연기는 댄버스 부인의 소름 끼치는 집착과 광기를 제대로 드러냈다. 2막 발코니 장면에서 장대비처럼 굵직한 목소리로 주인공을 집요하게 겁박할 때는 '차라리 뛰어내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냉혹'의 장은아
당초 이 역할에 캐스팅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가 건강 문제로 하차하자 '대타'로 투입된 배우가 8년 동안 무명 가수였다는 장은아였다. 1막에서는 기름을 친 것처럼 유려한 목소리를 냈고, 2막 발코니 장면은 증오와 슬픔이 교차하는 정교한 연기와 함께 절정 부분에서 기다렸다는 듯 막힘없는 목소리를 토해냈다. 연기와 노래의 강약·완급 조절, 냉소·경멸·도도함을 표현하는 표정과 손짓 연기가 치밀했다. 셋 중에서 가장 냉혹해 보이는 댄버스였다. 장은아가 댄버스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가 댄버스인 듯했다.
▷뮤지컬 '레베카'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577-64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