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한국 온 지 100년… 햄릿은 진화한다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01.26 03:00 | 수정 : 2016.02.29 15:22

-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1917년 '맥베스' 국내 첫 소개

올해 다양한 '햄릿' 무대 올라
햄릿 더 플레이 - 소년 햄릿 등장
함익 - 현대 재벌 이야기로 각색
덴마크 극단 내한 공연도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는 '시대를 초월한 작가'(극작가 벤 존슨의 말)였으며, 그에게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연극'('맥베스' '뜻대로 하세요' 등의 대사)이었다. 올해는 '연극'이라고 하면 누구보다도 맨 먼저 떠오르는 인물, 영국이 낳은 대(大)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Shakespeare·1564~1616·사진)의 서거 400주년이다. 탄생 450주년이었던 2014년부터 3년째 세계 공연계가 그의 작품으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는 국내 처음으로 셰익스피어극(劇)이 소개된 지 10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국에 소개된 역사는 100년

"로미오의 목을 안고 쓰러진 줄니엣의 몸에서는 림림한 적혈이 흐른다. 야월공산 침울한 무덤 속에 정남애랑(情男愛娘)의 두 넉(혼·魂)은 자최업시 살아졋는데 먼―사원에셔 은은하게 들녀오는 밤종소래만 구슬프게 들닌다."(1921년 정순규 역 '대중소설 사랑의 한')

우리나라에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이 소개된 것은 서거 300년이 지난 20세기 초였다. 국내 출판물에 그가 등장한 것은 1906년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 번역본에서 '세이구스비아'란 이름으로 언급된 것이 처음이다. 그러나 당시 단편적으로 소개된 셰익스피어는 '영국의 국력을 풍요롭게 한 인물'이라는 식으로 위인의 한 사람으로 여겨졌을 뿐이다.(신정옥 논문 '셰익스피어의 한국 수용') 이 무렵 셰익스피어는 '索士比亞 (색사비아)' '酒若是披霞(주약시피하)' 등으로도 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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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셰익스피어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영국 글로브극장의‘햄릿’공연. 한국에선 지난해 대학로에서 공연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그의 희곡 작품이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것은 1917년 존 에머슨 감독의 미국 무성영화 '마구베스'(맥베스)를 통해서였다. 1920년대엔 찰스 램의 각색본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번역한 '인육재판'(베니스의 상인) 등의 책들이 인기를 끌게 됐고, 1923년 현철이 중역한 희곡 '하믈레트'(햄릿)가 첫 완역본으로 나왔다.

최초의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은 1925년 경성고등상업학교 어학부가 올린 '줄리어스 시저'였다. 광복 이후 1950년대에 들어서 연출가 이해랑의 극단 신협이 본격적으로 셰익스피어극을 공연했고, 1961년에는 영문학자 최재서의 박사학위 논문이 나왔다. 1963년 한국셰익스피어협회가 출범했으며 1964년 셰익스피어 전집이 출간됐다. 이렇듯 한국에서 셰익스피어의 전모가 알려지게 된 것은 불과 반세기 전의 일이었다.

2016년 한국은 '햄릿'의 잔치

'서거 400주년, 극(劇) 소개 100년'인 2016년 한국의 셰익스피어극은 '햄릿'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햄릿'은 과거 김동원, 최불암, 김동훈, 정동환, 유인촌 등 명배우들이 무대에 섰던 작품으로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은 셰익스피어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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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여행자가 한국 전통 굿과 무속으로 재해석한‘햄릿’의 2014년 영국 런던 공연.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제공
연극열전의 '햄릿 더 플레이'(8월 2일~10월 16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는 성인 햄릿과 소년 햄릿의 심리가 교차되는 구조로 비극성의 확장을 시도한다. 서울시극단의 '함익'(9월 30일~10월 1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은 '햄릿'의 무대를 현대로 옮겨 재벌 2세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연출가 이윤택이 이끄는 연희단거리패는 30주년 기념작으로 9~10월 이승헌 주연의 '햄릿'을 올릴 예정이다.

해외 극단의 내한공연으로는 덴마크 리퍼블리크시어터와 영국 컬트 밴드 타이거릴리스가 함께 만든 음악극 '햄릿'(10월 12~14일 LG아트센터)이 있다. 원작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골라 21개의 곡을 입힌 작품이다. 무용에선 서발레단의 창작발레 '햄릿―구속과 해탈 사이'(11월 4~6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도 공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