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연극 40년, 그녀는 왜 '마스터클래스'를 택했나

  • 뉴시스

입력 : 2016.01.21 16:48

연극배우 윤석화(60)는 1997년 말 은퇴를 생각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연극 '리어왕' 중도 하차 등 슬럼프 탓이다.

1998년 2월 강유정 연출 연극 '마스터 클래스'가 윤석화의 배우 인생을 구원했다. 그녀가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18년 만에 이 작품을 다시 꺼내든 이유다.

윤석화는 21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간담회에서 "40년 이 만큼 걸어오다 보니 난 무엇을 위해 연극을 했고, 난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1923~1977)의 실화가 바탕이다. 미국의 희곡작가 테렌스 맥널리의 작품이다. 1996년 토니상 최우수 희곡상을 받았다. 칼라스가 목소리가 나빠져 무대에서 은퇴한 뒤 실제 1971, 1972년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기성 성악가를 상대로 연 마스터 클래스 현장을 담았다. 맥널리는 이 강의를 들었다.

윤석화는 1998년 이 작품에서 마리아 칼라스로 변신했다.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이해랑연극상을 차지했다. "우리 사회가 오래한 것에 대한 존중이나 혹은 그 역사를 기록하는 문화보다는 젊고 신선한 것들에 대한 빠른 유행을 타고 있는 사회인지라 과연 내가 얼만큼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자괴감 같은 쓸쓸함도 없잖아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무한히 감사를 드리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래도 "쓸쓸함은 어쩔 수 없다"며 "18년 전에 이 공연을 (국내) 초연했을 때도 마리아 칼라스의 삶, 왜 그녀가 목소라를 일찍 잃어버릴 정도로 오페라를 위해 치열하게 했을까에 대한 답이 이 작품이었디. 그래서 위로를 받았다"고 알렸다.

'아 세계적인 디바, 당신도 그랬군요. 저도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어도 당신처럼 이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마리아 칼라스와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다시 자각하게 됐다. 이제 40년에서 새로운 신세계로 가면서 더 큰 희망과 위로룰 스스로 받고 싶었다."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 초연 이후 이 작품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다시는 안 하고 싶었다. 40주년 대표 작품을 고민하면서 40년 동안 고마웠던 선생님과 선배님들, 감사했던 관객들, 저의 친구들과 후배들을 떠올려보니 '마스터 클래스'는 이제 할 수 있는 이야기더라. '이제 하면 꼭 잘 돼야 돼, 그렇지 않으면 안 돼'가 아닌, 왜 연극을 40년 동안 했는가,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칼라스를 통해서 내어놓는 게 지금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윤석화는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87), 뮤지컬 '사의 찬미'(1990), 뮤지컬 '명성황후'(1996), 연극 '신의 아그네스'(1999), 연극 '세 자매'(2000),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2003) 등에 출연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제작하며 공연계의 대모로도 발돋움했다. 연극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시절 커피CF에 출연,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멘트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공연제작사인 돌꽃컴퍼니 대표이사로 1999년 인수한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객석' 발행인도 겸했다.

40년 동안 연기를 해온 것에 대한 가장 큰 소감은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고비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버텨서 이 만큼 온 내 자신에게도 감사한다. 어찌할 수 없이 후회 또는 쓸쓸함, 회한은 다 녹여내려야 하는 것이 참된 삶의 길이라 믿는다."

'마스터 클래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슬펐던 건 제작할 사랍이 없다는 것이다. "박정자 선생님이 40주년 공연 때 혼자서 애 쓰는 걸 보면서 왜 그래야 하는지, 안 하면 그만이지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40주년이 되니까 선생님과 똑같은 입장이 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뭔가를 드릴 수 있나라고 말이다. 방점을 찍지 않으면 다시 나아갈 힘이 안 생길 것 같았다. 외로우나 쓸쓸하나 환경이 어떠 하나 내 길을 가는 것이 답이다."

윤석화는 지난해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80) 연출의 60주년 헌정공연 '먼 그대'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여전한 역량을 과시했다. 임 연출이 이번 '마스터 클래스'의 연출을 맡아 힘을 싣는다.

임 연출은 "내가 사랑하는 윤석화 배우랑 뭘 한다니까 뭐가 뭔지도 모르고 참여를 한다고 했다"며 "윤석화가 뭘 한다고 하면 나는 뭐든지 따라와서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석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당돌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겁없이 덤벼들더라. 그런데 겁 없이 덤벼들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있는 것이다. 덜 덤벼들 만한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같이 작업을 해보니까 연출가보다 더 열심히 작품을 읽고, 생각하고, 그러는 배우다. 한국의 연극 배우를 꼽아라 하면 여러 사람 중에 이 사람도 낄 수 있다."

윤석화는 "선생님이 연출을 해줘서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연출을 부탁해) 야단 맞을 줄 알았는데 윤석화가 하는데 내가 해야지라고 해서…"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지휘자인 구자범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단장이 음악감독과 반주자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독일 만하임 음대 대학원을 졸업한 구 단장은 독일 하겐 시립오페라극장, 하노버국립오페라 극장 수석 지휘자를 거쳐 2011년 경기필 예술단장으로 취임했다. 실력을 인정 받아 2013년 연임했으나 단원들과 불화로 사표를 내고 클래식계를 등졌다. 그해 12월 구자범의 엄격한 트레이닝에 불만을 품은 단원들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그와 관련한 '비속어'를 반복 입력, 연관검색어로 등록시킨 혐의(모욕)로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아마추어 공연을 제외한 프로 무대에는 복귀하지 않는다. 이 작품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하지만 클래식계 복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구자범 지휘자와는 22년 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할 때 첫 인연을 맺었다. 그 때 전주시향이 반주를 맡았는데 구 지휘자가 그때 피아니스트였다. 연세대 철학과 졸업반이었던 것으로 안다. 피아노 음악을 순결하게 사랑하고 치는 모습이 아름다웠던 소년으로 기억한다. 내가 '객석' 발행인을 맡고 있을 때 임헌정 지휘자 초청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스승과 제자일 수 있고 예술 친구 같은 사이다. 힘든일을 겪고 수면 위로 나올 생각을 안 하던 중에 용기를 내줬다."

초연 당시 뮤지컬스타 류정한이 공개오디션을 통해 맡은 테너 토니 역은 이상규가 맡는다. 소프라노 소피 역은 윤석화와 연극 '나는 너다'에서 연출자와 배우로 만나는 등 그의 제자인 배해선이 연기한다. 소프라노 샤론 역의 이유라는 초연에 이어 다시 돌아온다.

'마스터 클래스' 3월 10~20일 LG아트센터. 무대디자인 박성민, 조명디자인 민경수, 의상디자인 박항치. 러닝타임 120분, 3만~10만원. 돌꽃컴퍼니. 02-3673-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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