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6 00:25
-'키 큰 세 여자' 주연 손숙·박정자
"역할 어려워 머리에 쥐 날 지경"
"전우(戰友)죠, 뭐."
두 사람 관계에 대해 묻자 배우 박정자(73)와 손숙(71)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매 순간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듯한 무대라는 지독한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사이라는 얘기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는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국립극단 연극 '키 큰 세 여자'(에드워드 올비 작, 이병훈 연출)에서 한 무대에 선다. '신의 아그네스'(2007) '침향'(2008) 이후 7년 만에 함께하는 무대다.
두 사람 관계에 대해 묻자 배우 박정자(73)와 손숙(71)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매 순간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듯한 무대라는 지독한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사이라는 얘기다.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는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국립극단 연극 '키 큰 세 여자'(에드워드 올비 작, 이병훈 연출)에서 한 무대에 선다. '신의 아그네스'(2007) '침향'(2008) 이후 7년 만에 함께하는 무대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이번에는 "힘들어 죽겠다"고 한숨을 내쉰다. "젊었을 때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사법고시도 패스했을 거예요."(손숙) "얼마 전에 스님 한 분하고 식사를 했는데 '저희를 위해 제발 기도 좀 해달라'고 울부짖었죠."(박정자) 이 연극에서 박정자는 치매에 걸린 90대 노인 'A', 손숙은 그를 간병하는 50대 'B'역을 맡았다. 대사량이 엄청난 것은 둘째 문제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보는 A의 대사가 맥락 없이 왔다 갔다 하고 B는 또 그걸 일일이 받아 줘야 하기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한참 연습하다 문득 "그거 내 대사야"라고 외치는 일도 잦다.
그만큼 어려운 연극이지만 연출가 이병훈의 말은 좀 다르다. "젊은 배우들이 몇 개월 연습해서 닿을 경지에 2주 만에 도달했다." 연습실에서 두 배우의 에너지가 엄청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 두 사람도 침이 마르도록 서로를 칭찬했다. 박정자는 손숙이 "연기를 겨루고 있다는 긴장감을 주는 상대"라고 했고, 손숙은 박정자에 대해 "형님은 연극이 힘들다고 투정할 때마다 다 받아준 분"이라고 했다.
최근 모노드라마에 출연했던 손숙이 5~6일 늦게 '키 큰 세 여자' 연습장에 합류하고 나니 이미 박정자는 대사를 다 외운 상태였다. 손숙은 "우리 형님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울컥하더라"고 했는데, 박정자는 "손숙은 정말 천재다. 이젠 쿡 누르면 대사가 다 나온다"고 받았다. 20대 여인 'C'역을 맡아 대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김수연(35)은 연습 시작 뒤 몸무게가 4㎏이나 빠졌지만 "매일 두 분으로부터 뜨거운 것을 발견한다"고 했다. "쟨 그런데 연습할 때마다 울어요."(박정자) "넌 왜 우니?"(손숙)
'키 큰 세 여자'는 1막의 세 여자가 2막에서는 한 인물의 90대, 50대, 20대 시절로 바뀌는 독특한 구조다. 인생을 크게 조망하며 '삶은 죽음이 있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극 중 인상적인 대사로 박정자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내가 나를 관찰한다", 손숙은 "(50대인) 내 위치는 인생의 정점에서 모든 걸 볼 수 있게 해 준다"를 꼽았다. 손숙이 "형님, 추석 때는 하루라도 좀 연습을 쉴까요?"라고 하자 박정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림도 없지!"
그만큼 어려운 연극이지만 연출가 이병훈의 말은 좀 다르다. "젊은 배우들이 몇 개월 연습해서 닿을 경지에 2주 만에 도달했다." 연습실에서 두 배우의 에너지가 엄청난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는 것. 두 사람도 침이 마르도록 서로를 칭찬했다. 박정자는 손숙이 "연기를 겨루고 있다는 긴장감을 주는 상대"라고 했고, 손숙은 박정자에 대해 "형님은 연극이 힘들다고 투정할 때마다 다 받아준 분"이라고 했다.
최근 모노드라마에 출연했던 손숙이 5~6일 늦게 '키 큰 세 여자' 연습장에 합류하고 나니 이미 박정자는 대사를 다 외운 상태였다. 손숙은 "우리 형님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눈물이 울컥하더라"고 했는데, 박정자는 "손숙은 정말 천재다. 이젠 쿡 누르면 대사가 다 나온다"고 받았다. 20대 여인 'C'역을 맡아 대배우들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김수연(35)은 연습 시작 뒤 몸무게가 4㎏이나 빠졌지만 "매일 두 분으로부터 뜨거운 것을 발견한다"고 했다. "쟨 그런데 연습할 때마다 울어요."(박정자) "넌 왜 우니?"(손숙)
'키 큰 세 여자'는 1막의 세 여자가 2막에서는 한 인물의 90대, 50대, 20대 시절로 바뀌는 독특한 구조다. 인생을 크게 조망하며 '삶은 죽음이 있어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극 중 인상적인 대사로 박정자는 "아침에 잠에서 깨면 내가 나를 관찰한다", 손숙은 "(50대인) 내 위치는 인생의 정점에서 모든 걸 볼 수 있게 해 준다"를 꼽았다. 손숙이 "형님, 추석 때는 하루라도 좀 연습을 쉴까요?"라고 하자 박정자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어림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