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한 DDP 1년… 콘텐츠는 부실

  • 김미리 기자

입력 : 2015.03.18 02:48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 "올해는 100% 자립 경영"

DDP 1주년 기획전‘함께 36.5 디자인’.
DDP 1주년 기획전‘함께 36.5 디자인’. /김미리 기자
17일 오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살림관 1층.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신기하다는 듯 토머스 헤더윅이 디자인한 팽이 모양 '스펀 체어'에 줄지어 앉아본다. 인기 포토존이 된 일명 '동굴 계단'에선 인터넷 패션쇼핑몰 모델이 홍보 사진을 찍고, DDP를 가로지르는 다리 '미래로' 아래에선 주말에 열릴 서울패션위크의 패션쇼를 위해 무대 설치가 한창이다. 오는 21일 첫돌을 맞는 DDP의 한낮 풍경. '서울의 새로운 명소'라는 목적 달성에는 성공한 듯하다.

5년 동안 총 4840억원을 투입해 서울 중심에 들어선 대형 공공 문화시설, 프로젝트를 주도한 오세훈 전 시장의 교체, 우주선을 닮은 듯한 이질적 디자인…. 개관 전부터 터져나온 각종 우려에도 1년간 쌓인 수치적 성과로 보면 DDP는 분명 '연착륙'했다.

이날 열린 1주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된 1년간 방문객 수는 837만명.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영국 테이트모던의 연 방문객 수(각각 930만, 350만명)와 비교해 볼 때 놀라운 숫자다. 살림살이도 튼실했다. 각종 전시를 통한 지난해 총수입은 223억원, 지출은 213억원이었다. 박삼철 서울디자인재단 DDP기획본부장은 "지난해에는 서울시 지원금 50억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100% 자립 경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익 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적 성장에 비해 DDP를 채운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부실했다. 지난 한 해 DDP에서 열린 행사는 총 117건. 이 중 자체 기획 전시는 16건밖에 없었다. 샤넬 전, 오드리 헵번 전,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전 등 인기전은 대관이었고, 자체 기획한 전시는 이렇다 할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관전과 자체 기획전의 수준 차가 그만큼 컸음을 의미한다.

17일 시작한 1주년 기획전 '함께 36.5 디자인'전(5월 25일까지)은 DDP의 모호한 정체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자인의 사회적 기능을 보여주기 위해 '공존, 공생, 공진' 세 섹션으로 기획된 전시인데 그릇부터 유모차까지 어수선하게 널려 있어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종잡을 수 없다. '디자인'이란 이름은 달았지만 '소통, 참여, 공생' 등 박원순 시장의 시정(市政) 키워드를 홍보하는 장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여도 좋지만 '디자인플라자'에서 진짜 디자인을 보고 싶은 시민도 많다는 것, DDP가 성공적 안착을 위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