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2.26 14:31
풀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미경(Jeon, Mi-Kyung) 작가의 ‘달빛에 물들다’ 초대전이 오는 3월 7일까지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금보성 아트센터 관장은 “전미경 작가의 작품은 햇살과 바람의 흔적임과 동시에 햇살이 키우고 바람이 지운 것이다”며, “회화로서 마티에르에 치중하지 않고 피부 이식하듯 화면을 채운 것들은 색채가 아닌 세월로 비추며, 자연에서 투망질한 새 물고기 달빛을 조각하여 시나브로 가슴에 옮겨 놓았다.” 라고 말했다.

평론가 김영호 씨는 “전미경 작가의 지난 10년간의 작업 노정을 지켜보면서 작가의 작품이 자연이라는 일관된 영역 위에 세워져 있다”며 “자연물을 매개로 자연현상을 탐구하고 자연과 소통하면서 체험한 세계를 조형언어로 번안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작가가 작품의 재료로서 풀꽃을 채집하고 건조하는데 바친 시간과 열정은 예사롭지가 않다. ‘행복한 일상’으로 자리 잡은 여행과 탐색의 과정에서 그가 쓴 채집일기는 연구서가 되어 세 권의 전문서적으로 출간하기까지 했다.
계절에 맞추어 피는 다양한 풀꽃들과의 만남이 작가의 예술적 성취로 이어져 일상적 삶이 곧 예술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작가의 작품에서 일련의 문학성이 발견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
전미경의 예술이 지닌 개성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인정된다. 화면 위에 마른풀과 씨앗을 고정시키고 항구적으로 고착시키는 장치로서 ‘공기추출기법’을 활용한 것이 그것이다. 화면 위에 콜라주한 자작나무 껍질과 포도넝쿨, 코스모스 씨앗이 서로를 끌어안고 회화적 뉘앙스를 품는 것은 바로 공기 추출에 의한 재료들 사이의 밀착 효과 때문이다.
건조된 자연물은 유리판과 알루미늄 종이 사이에 진공상태로 저장되며, 이 공정에 담긴 작가의 정성은 작품의 보존성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풀꽃들이 작가의 화면에서 신화적 기호와 상징으로 전치되는 배경에는 그에 부합하는 독특한 기술적 장치가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 개인전 이후 작업한 신작들을 모아놓았다. 달빛의 다양한 변주를 시리즈로 표현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체험한 달빛의 서정을 달빛신화, 달빛사색, 달빛예찬, 달빛유희, 그리고 달빛연서라는 다섯 묶음으로 세분하여 놓았다. 이 모든 연작들은 물론 나무껍질, 씨앗, 덩굴손과 같은 자연물로부터 온 것이다.
빛의 물리적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금박이나 약간의 물감을 추가로 사용한 실험적 작품도 눈에 띈다. 달에 대한 체험이 개인적 감성과 추억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음에 인정한다면 그의 작품은 지극히 주관적인 서정의 결실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달빛을 표상하는 작가의 조형방식에서 감정이입이나 추상충동과 같은 예술창조의 보편적 원리를 발견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전미경 작가의 작업 노트를 살펴보면 자연으로부터 식물을 직접 채집해 이를 회화로 번안하는 작업을 해왔다. 마른 꽃잎과 씨앗은 작가의 마음을 대변하고 삶을 기록하는 의탁의 대상이다. 자연과 호흡하며 얻게 된 깊은 명상과 활기찬 생명의 노래를 탐구하고 기록한다.
작가는 달빛 내려앉은 하얀 마당에 대한 작가의 유년시절 기억은 지금도 따사로움으로 간직되어 있다고 한다. 인공적인 조명 아래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생명의 전율은 작가의 끊임없는 창작의 샘터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얻어지는 자연의 따스한 감성과 소중함을 기억하기 위한 몸짓이 작업의 시작이며 이유라는 것.
자연 속을 거침없이 유영하며 자유와 평화와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는 전미경 작가는 자연의 질서가 주는 생명의 노래와 자연 속에서 인간이 꿈꾸는 무한한 꿈들을 한 땀 한 땀씩 바느질하듯 기록했다. 전미경 작가의 초대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오는 3월 7일 까지 열리며 홈페이지(http://www.pressedflower.biz)를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