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재 속 파묻힌 폼페이, 한국 왔다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4.12.11 00:28

중앙박물관 폼페이 특별전

화산재가 덮치자 웅크린 채 입을 막고 최후를 맞이한 남자(위). 아래 사진은 정원이 그려진 벽화.
화산재가 덮치자 웅크린 채 입을 막고 최후를 맞이한 남자(위). 아래 사진은 정원이 그려진 벽화.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서기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도시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골목길과 정원, 벽화와 장신구, 화산재를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까지 그대로 잿더미에 파묻혔다. 그로부터 1800년 뒤 재발견되기까지, 도시는 최후의 순간에 멈춰 있었다.

고대도시 폼페이 흔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가 9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했다. 폼페이에서 출토된 조각품, 장신구, 벽화 등 298건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과 폼페이·헤르쿨라네움·스타비아에 문화유산관리국 소장품이다. 화산재 덕분에 당시 도시 원형이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폼페이는 수백 년간의 발굴 조사를 거쳐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현재까지 발굴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귀족들의 대저택 내부를 장식했던 프레스코 벽화가 볼거리. 푸른 정원 안에 앉아 있는 새와 분수, 사람의 얼굴이 조각된 기둥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묘사가 정밀해 실제 정원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도시 곳곳에 세워졌던 신들의 조각상은 화려한 폼페이의 면모를 보여주고, 상점에서 팔던 빵과 와인을 담은 항아리 등은 활발한 경제활동이 이뤄졌던 역동적 도시 모습을 전해준다. 청동으로 만든 식기와 유리병, 뱀 모양의 팔찌가 어제 만들어진 듯 생생히 남았다.

옆 전시실에선 폼페이 최후의 순간을 재현했다. 웅크린 채 입과 코를 막고 최후를 맞이한 남자, 옷으로 얼굴을 감싼 채 쓰러져 숨진 여인의 캐스트(화산재 속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희생자의 모습을 본뜬 것)는 화산 폭발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보여준다. 내년 4월 5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