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8.08 02:21
[차범석희곡상 수상작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신구·손숙 호흡, 기대감 높여… 작가의 실제 이야기 바탕으로 간암 말기 家長의 삶 그려내
자칫 신파로 빠질 수 있는 소재… 담담하게 푼 '살 냄새 나는 작품'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연습실은 눈물바다가 됐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작 김광탁, 연출 김철리) 대본 연습을 시작한 첫날이었다. "제가 원래 눈물이 별로 없는 사람인데…." 감정을 추스르며 목소리를 가다듬는 배우 정승길씨를 비롯해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 있던 5명은 "소품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다"며 잠시 숨을 골랐다.
지난해 제6회 차범석희곡상 장막 희곡 부문 당선작인 '아버지와…'는 간암 말기의 가장(家長)이 죽음을 향해 가는 짧은 여정을 따라간다. 부친을 암으로 잃은 작가 김광탁씨가 "아버지를 위해 굿 한판 올리는 심정으로 단숨에 썼다"는 작품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연극에서 눈물은 식상한 양념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인공 조미료 없이 가장 깊은 곳에서 흐르는 삶의 본질을 건드린다. 심사위원들은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나간다'는 평과 함께 '살 냄새 나는 작품'이라고 상찬(賞讚)했다. 그 '살' 냄새는 대본 낭독을 듣고만 있는 기자의 눈에 생생한 장면으로 그려낼 만큼 진하고 뚜렷했다. '슴슴한' 듯한 행간 사이사이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긴 세월이 밀려들었다.
지난해 제6회 차범석희곡상 장막 희곡 부문 당선작인 '아버지와…'는 간암 말기의 가장(家長)이 죽음을 향해 가는 짧은 여정을 따라간다. 부친을 암으로 잃은 작가 김광탁씨가 "아버지를 위해 굿 한판 올리는 심정으로 단숨에 썼다"는 작품이다. 가족을 소재로 한 연극에서 눈물은 식상한 양념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와…'는 인공 조미료 없이 가장 깊은 곳에서 흐르는 삶의 본질을 건드린다. 심사위원들은 '자칫 무거워질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나간다'는 평과 함께 '살 냄새 나는 작품'이라고 상찬(賞讚)했다. 그 '살' 냄새는 대본 낭독을 듣고만 있는 기자의 눈에 생생한 장면으로 그려낼 만큼 진하고 뚜렷했다. '슴슴한' 듯한 행간 사이사이로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긴 세월이 밀려들었다.

함경도 출신 아버지는 17세에 월남(越南)해 뼛골이 녹신녹신하도록 일했다. 서울과 전라도를 오가며 30년간 과일 장사로 집안을 일궜다. 78세에 간암 말기 판정을 받는다. 아내를 늘 무시하고 명령조가 입에 붙었다. 그러나 아내의 이름과 똑같은 홍매 나무를 마당에 심어두고 챙겨볼 만큼 정(情)의 뿌리는 깊이 박혀 있다.
아버지 역은 최근 '꽃보다 할배'로 새삼 인기를 모으며 CF 요청이 쇄도하는 신구씨가 맡았다. 신씨는 "당분간 이 연극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만 보면 직전에 출연한 '안티고네'의 크레온 역이 더 어려울 것 같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한 파장을 전달해야 하는 이 아버지 역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씨의 출연은 연극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호흡을 맞췄던 손숙씨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아내 역의 손숙씨가 남편의 다리를 받치는 이불을 넣었다 뺐다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면은 어떤 세밀화로도 못 그려낼 감정의 파고를 전달한다. 남편의 '팅팅 부은 엉덩이'에 생긴 요강 자국을 보고 왈칵 쏟아지려던 아내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린다. "사람 무시하는 데 일등이고, 구박하는 데 일등이고. 지겹고 온갖 정 다 떨어진 지 언젠데. 이상하제. 막상 간다고 하이 불쌍하고 마이 아파."
아버지의 강권으로 고향 농고에 진학했다가 삼류 연극배우가 된 둘째 아들로는 '푸르른 날에' '에이미' 등에서 호연한 정승길씨,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로는 서은경씨, 호탕한 이웃집 정씨 역으로 이호성씨가 출연한다.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 개관작으로 9월 10일~10월 9일 공연한다. 문의(02)577-1987
아버지 역은 최근 '꽃보다 할배'로 새삼 인기를 모으며 CF 요청이 쇄도하는 신구씨가 맡았다. 신씨는 "당분간 이 연극에만 집중하겠다"고 했다. "겉으로만 보면 직전에 출연한 '안티고네'의 크레온 역이 더 어려울 것 같지만, 구체적이고 세밀한 파장을 전달해야 하는 이 아버지 역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신씨의 출연은 연극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에서 호흡을 맞췄던 손숙씨의 추천으로 성사됐다. 아내 역의 손숙씨가 남편의 다리를 받치는 이불을 넣었다 뺐다 올렸다 내렸다 하는 장면은 어떤 세밀화로도 못 그려낼 감정의 파고를 전달한다. 남편의 '팅팅 부은 엉덩이'에 생긴 요강 자국을 보고 왈칵 쏟아지려던 아내는 애써 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린다. "사람 무시하는 데 일등이고, 구박하는 데 일등이고. 지겹고 온갖 정 다 떨어진 지 언젠데. 이상하제. 막상 간다고 하이 불쌍하고 마이 아파."
아버지의 강권으로 고향 농고에 진학했다가 삼류 연극배우가 된 둘째 아들로는 '푸르른 날에' '에이미' 등에서 호연한 정승길씨,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로는 서은경씨, 호탕한 이웃집 정씨 역으로 이호성씨가 출연한다. 서초동 흰물결아트센터 화이트홀 개관작으로 9월 10일~10월 9일 공연한다. 문의(02)577-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