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창작 뮤지컬 출연하는 배우·가수 출신 병사들 "6·25 세대가 얼마나 아팠는지 이해하게 됐어요"

  • 전현석 기자

입력 : 2013.01.09 03:01 | 수정 : 2013.01.09 11:12

정전 60주년 기념공연 '더 프라미스'

'6인의 전우(戰友)'는 북한군의 기습 공격에 뿔뿔이 흩어졌다. 일부는 총탄을 맞고 피 흘리며 쓰러졌다. 죽는 게 두려워 숨고 울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뭉쳐 전선(戰線)에 섰다. "내 가족과 조국을 지켜달라"며 산화한 전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국방부와 육군본부,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제작하는 6·25 정전(停戰) 60주년 기념 군(軍) 창작 뮤지컬 '더 프라미스(The Promise·약속)'의 주요 내용이다. 뮤지컬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주인공을 맡은 정태우·정윤학(본명 윤학) 상병과 주형태(지현우)·김무열·박정수(이특)·이현 이병 등 6명의 현역 병사는 최종 연습으로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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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배우 출신 병사들이‘더 프라미스’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군 입대 전 배우와 가수로 활동했던 이들은 이번 뮤지컬 출연을 자원했다.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박정수(미스김 역) 이병은 "사회에 있을 때 6·25전쟁은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았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며 "이제서야 (6·25를 겪은 세대가) 얼마나 아팠고 치열하게 살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 출연했던 배우 주형태 이병은 교사가 꿈이었던 어린 소대장 '지훈' 역을 맡았다. 지훈 소대장은 극 중 전우들에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와 나의 세대는 개인의 꿈보다는 나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인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우리 세대에서 이 비극이 끝나길 원한다. 너에게 너의 꿈이 우선인 시대가 오기를 원한다. 그것이 너희 아버지의 소망이기도 하다." 주 이병은 "6·25전쟁 당시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이 있어 저희가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룹 에이트의 이현(이선생 역) 이병은 "비가 핏물이 된다"는 노래 가사를 듣고 눈물 흘린 적이 많다고 했다. 이 이병은 "6·25 참전용사를 연기하면서 전시에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잃은 많은 이들의 심정을 떠올려 봤다"고 했다.

이들은 수개월 동안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거의 매일 뮤지컬 연습을 해왔다. 가수 출신들도 목이 쉬고 몸무게가 5~6㎏씩 빠지기도 했다.

뮤지컬 '더 프라미스'는 20일까지 서울 공연을 하고, 2월부터 지방에서 공연한다. 올해 중순쯤 미국 공연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