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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아람 기자

입력 : 2013.01.07 23:50

빛·소리·그림자가 주인공… 금호미술관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展

"똑!" 하고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자 아래에 놓인 수조에서 무지개가 활짝 피어난다. 미디어 아티스트 신성환(39)은 기계 장치를 이용해 무지개가 사방 전시장 벽면에 투사되도록 만들었다. 작품 제목은 '明(bright)'.

다음달 24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당신의 불확실한 그림자'전(展)의 주인공은 빛, 소리, 그리고 그림자다. 전시장의 흰 벽 전체가 '빛이 그리는 그림'을 위한 캔버스다.

설치미술가 이창원(41)은 전시장 벽을 '그림자'로 가득 채웠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 속 그림 같은 사슴·사람 손바닥 이미지와 성모 마리아나 별을 연상시키는 그림자다. '그림자'는 서정적이지만, '실체'는 냉혹하다. 시사잡지에서 오려낸 구제역에 감염된 사슴 사진, 성모 마리아 그림자는 굶주림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소녀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다. 작품 제목은 'Parallel World(평행의 세계)'.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란 얼마나 허상(虛像) 투성이인가"라고 묻는다.

시끌벅적한 '함바집'도 미술관으로 들어왔다. 사운드 아티스트 성기완(46)은 전시장 안에 비닐 천막을 치고 의자 몇 개를 놓아 공사장 함바집 같은 임시 구조물을 만들었다. 스피커에서 인부들의 웅성임, 식기와 식판이 부딪는 소리 등 서울 방배동의 한 함바집에서 작가가 채집한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공사판에 갑작스레 차려졌다가 공사 끝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함바집은 덧없는 우리네 인간관계, 가건물 같은 우리 생활 단면을 반영한다"는 게 작가의 설명.

전시에는 배정완(39), 신성환(39), 이예승(39), 하원(42), 홍범(43), 황지은(41) 등 모두 8명의 미디어·설치 작가들이 참여했다. 관람료 성인 3000원, 대학생 이하 2000원. (02)720-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