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객석에서] 백조의 호수에 곰돌이가 나타났다

입력 : 2013.01.06 23:21

어린이 인형 발레 '테디베어시어터의 백조의 호수'

인형 무용수가 등장해 발레를 쉽게 느끼도록 꾸민‘테디베어시어터의 백조의 호수’. /알앤디웍스 제공
'백조의 호수'를 보러 갔더니 곰이 인사를 나왔다. 크고 푸근해 보이는 담갈색 곰은 나비 넥타이에 연미복을 입고 야광 지휘봉을 들었다. 곰의 지휘에 따라 펼쳐지는 숲 속 세상. 이곳이 다람쥐와 개구리, 청둥오리가 뛰노는 '백조의 호수'의 세계다.

지난 5일 개막한 '테디베어시어터의 백조의 호수'는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인형 발레.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작품으로 만들었다. 커다란 동물 얼굴 모양 탈을 쓴 사람들은 모두 전문 발레 무용수. '무용 인형극' 수준을 상상했다면 놀랄 것이다. TV 캐릭터 위주의 저가 공연 아니면 '호두까기 인형'처럼 특정 시기의 고가 공연으로 양분화된 아동극 시장에서, 발레를 통한 감성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반가운 작품이다.

공연은 마치 움직이는 동화책을 보듯 80분간 지루할 틈이 없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를 테디베어가 신비한 숲 속으로 안내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녀가 백조로 변하게 되고, 숲 속 동물 친구의 도움으로 마법사를 물리친다는 내용. 개성 있는 발레복을 입은 사슴과 너구리 등 12가지 동물이 등장한다. 근엄한 멧돼지 마법사와 딸(?) 청둥오리의 파드되(2인무)가 사랑스럽다. 잘 알려진 차이콥스키 원곡을 주로 쓰지만, 가사가 나오는 창작곡도 있다.

무대와 의상에 주로 쓰인 귤색과 박하색은 원색 위주의 식상함을 탈피해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1억원을 들였다는 동물 발레복은 깃털 하나하나가 살아있어 포근하고 생생하다. 토끼가 들고 춤추는 당근, 곰이 연주하는 나뭇잎 바이올린, 가면무도회 때 동물들이 쓴 가면 등 작은 소품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 전면에 별빛이 밝혀지며 커다란 백조 여왕이 등장하는 장면 등 곳곳에 공들인 흔적이 뚜렷하다. 48개월 이상 관람가.

▷2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577-3363

신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