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이 되살아난다… '부활' '그리스인 조르바' 무대에

  • 신정선 기자

입력 : 2013.01.03 23:40

[2013년 기대작] ②연극

앤서니 퀸 주연의‘희랍인 조르바’(1964). /AP
한동안 국공립 제작극장에 쏠렸던 연극계 중심추가 지난해에는 민간극단으로 옮겨갔다. 다 죽어간다던 민간극단은 '과부들' '그게 아닌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등 의미와 재미에서 앞서간 작품으로 반격에 성공했다. 2013년이 국공립극단 권토중래(捲土重來)의 해가 될 수 있을까? 문학과 미학의 접점을 보여줄 기대작 3개를 골랐다.

장장 4시간 30분짜리 '원전유서'(2008)로 연극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극작가 김지훈의 신작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원제 '도둑년들'·9월)이 올라온다. 김지훈은 "일자무식의 화전민 여인 4명이 이데올로기에 찌든 사내들을 향해 인간 해방을 부르짖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쓰다 보니 4시간짜리가 돼버려 '짧게' 3시간 정도로 줄이는 중. 나라가 밥 먹듯 일어나고 망하는 혼돈의 시대가 배경이다. 남성적·수직적 질서를 여성적·수평적 상상력으로 뒤엎어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그게 아닌데'로 각종 시상식을 휩쓴 김광보씨가 연출을 맡는다. 제작은 국립극단.

예술의전당이 개관 25주년 기념작 중 하나로 올리는 톨스토이의 '부활'(5월 19일~6월 2일)은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연극의 본질에 정면 승부를 거는 작품이다. 차범석희곡상 수상작 '푸르른 날에'로 비평과 흥행을 모두 잡았던 고선웅은 "인간은 어떻게 악(惡)을 사함받고, 영혼은 어떻게 구원받는지를 파헤쳐 보겠다"고 했다.

지난해 8만부가 팔리며 고전문학 바람을 일으킨 '그리스인 조르바'는 '라오지앙후(老江湖, 떠돌이) 최막심'으로 변신해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혼이 살아있는 영국 런던 글로브극장에서 최초로 한국 연극을 올린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배삼식 동덕여대 교수가 작업 중인 희곡은 무대를 크레타 섬이 아니라 연해주로 옮길 예정. 1941년 혹은 6·25 전쟁 발발 직전 조선인 최막심의 행로를 통해 육체와 영혼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줄 것으로 기대된다.